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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18. 2024

급식 날쌘돌이, 급식 여유론자

급식의 맛을 느끼려면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은...

교실 배식이 되고, 예전에는 급식당번이 준비하면 순서를 정해서 급식을 받는 규칙을 정해주었다.

이번 해에는 어디서부터 인지 몰라도 선착순이라는 게 생겼다. 아마 1학년 때 습관이 들어서 그런 거일 거다.


4교시 종료 후 자기 자리를 정리하고 손 씻은 후 급식을 받는 학생들의 속도는 다르다. 1학년 때는 4교시 공부를 5분 전쯤 끝내고 손 씻기 후 순서를 기다려 급식도우미 분들께 식사를 받아 교실로 들어왔다. 담임선생님들께서 교실 내에서 순서대로 학생이 나가서 배식대에서 받은 후 들어오는 동선을 지도했었다. 동선이 꼬이면 복도에 국물을 쏟거나 장난으로 친구를 건드려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어느 순간부터 급식배식하시는 도우미 분께서 혼자 학급 하나의 배식이 힘들다 하셔서 급식배식까지 선생님들께서 손을 보태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미리 한 학기 동안 준비해서 순서를 지켜 이동하는 반에서도 먼저 받아 교실에 입장한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면 통제하기 힘들어 민원이 들어오곤 했다.


1학년은 말 그대로 '아무 말 대잔치'에 남을 배려하는 사회성 발달 빠른 학생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담임선생님의 교실 내 임장지도가 없으면 점심시간이 시끌시끌해진다.

다행히 우리 반에는 말이 많은 2~3명의 친구 외에는 목소리 큰 친구가 없었다.


최대한 학생들을 통제하면서 선생님 급식까지 받아서 들어오면 바로 리필 요구가 들어온다.

밥 먹다 적을 때는 4~5번, 많을 때는 10여 차례 자연스럽게 일어나 도움을 주다 보면 내 식판에 음식물이 남아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착순으로 하다 보면 동작 빠른 학생들이 먼저 서 있곤 한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급식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그렇다고 먹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식욕은 크지만 잔반처리 하는 순서는 뒤쪽인 경우가 많다. 꼭 그렇지는 않으니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는 조심해야겠다.


급식을 늦게 받는 학생들의 특징은 교실에서부터 손 씻는 곳까지 가는 시간, 교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길다. 화장실에서 친구랑 수다를 떨고, 단짝이랑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늦게 온다. 급식당번들의 잔소리를 들으며(마지막에 급식당번들이 받는다.)

때로는 찾으러 가서야 급식줄에 나타난다.

이 학생들의 특징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 선호도가 분명하다. 배식하면서도 요구사항이 있지만 급식당번들의 불만도가 높은 상태라 대충 받고 들어간다. 선생님보다 무서운 대상이 또래 친구들이다.

천천히 배식받은 학생들은 점심시간 내내 느긋하다. 급식판 위에 있는 음식보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아 선생님의 재촉을 들으며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시간 급식의 맛, 느낌, 학생들의 실시간 반응이 이 그룹 학생들에게서 나온다.

우리 반 한정이긴 하지만 25년 정도 학생들의 점심시간을 함께 했으니 어느 정도는 일반화된 이야기다.

오늘도 점심시간 급식당번을 제외한 학생들의 순서는 정해져 있을 것이다. 국물 좋아하는 햇살이, 고기류 좋아하는 정정이, 아침밥 못 먹고 오는 통통이, 김치 못 먹는 예쁨이 등 모든 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오늘의 급식메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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