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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10. 2024

교실배식을 시작했습니다.

교실배식과 복도배식으로 나뉘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 시기의 시작으로 25여 년 경력인 나조차도 처음으로 개학이 4월로 늦춰지는 경험을 했다.  숨쉬기 어려운 KF94 마스크와 니트랄 장갑으로 무장한 후 수업하던 시기였다.

2023년 5월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기가 되기 전, 거의 만 3년여 기간 동안 밀폐된 공간에 밀집 밀접 생활하는 학교는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이라 학교에서 실시하는 급식은 그야말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밀폐되지 않도록 더위 추위 상관없이 창문은  수시로 열고 밀접하지 않도록 학생들의 모둠활동은 없어졌다. 짝꿍이 사라진 날들의 시작이었다.


2024년의 한 해 전인 2023년부터 많은 규제가 완화되어 학급에서 짝꿍이 생기고 모둠활동도 재개되었다. 거기다 학생들의 가장 즐거운 시간인 급식시간에 예전보다 활기가 돌았다.

2022년까지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학생들 책상에는 칸막이가 설치되었고 급식시간은 최대한 짧게, 못 먹는 음식은 나눠먹을 수도 없으니 잔반통으로 바로 버려졌다. 급식 먹을 때만 제외하고 바로 마스크도 착용했다. 양치질도 학교에서는 못 하고 귀가 후 가정에서 하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라 손 씻기랑 양치질을 가르치는데 함께 우르르 화장실에 가서 실습을 못하니 손소독제로 영상을 보면서 30초간 손 씻는 연습을 한 기억이 난다.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밀접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2020년에는 사물함이 복도로 나가고 학생들의 책상은 시험 대형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사물함과 함께 바깥으로 나간 것이 급식카트(배식대)다.

코로나 시기에 복도에서 급식판을 가져다 급식 배식을 하던 것이 4년째로 일상으로 굳어져 내려오다, 지난주 교실 내에서 배식하는 것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2개 학년이 있는 복도는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손 씻으러 가는 학생들, 이동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학생들, 급식을 준비해서 받는 학생들까지 복도가 시끌벅적한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지 수년 째였다. 복도에 간간이 떨어지는 음식물을 급하게 닦아내는 일상 속에 교실배식은 새로운 시도였다. 장소만 복도에서 교실 내부로 옮겨진 것이다.

교실 내 배식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우리 학교 터줏대감이신 청소여사님이었다. 교장선생님께 직접 건의를 하신 건지 알 수 없지만 익숙하지 않은(이전에 교실급식 학교를 경험했으니 잊어버린 거다.) 상황이라 지난 금요일 연습을 해 보고 오후에 회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 교실배식에 찬성한 1~4학년은 교실배식, 5, 6학년은 예전과 같이 복도배식으로 나뉘었다.

청소여사님의 의견은 복도배식이라 청소하기가 너무 힘드시다는 거였는데 실제로 저학년은 교실 복도에서 배식하면 급식판을 엎거나 배식 중 반찬통을 엎는 사고가 간간히 있다.


사실 현재 근무하는 학교가 복도배식이나 교실배식을 하는 것은 학생들이 급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어서다. 학생수가 250여 명 밖에 안되고 14 학급이다 보니 학교 내 공간도 부족하고 급식실을 만들 곳이 없어서 전임 교장선생님들의 수차례 고민과 논의에도 급식실을 따로 만들기 힘들어서다.

교실배식으로 좋은 점은 학생들의 배식공간이 가까워져서 리필하기에 편하다는 것, 가끔 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남으면 교실로 가지고 들어와 조금씩 더 나눠주는 내게는 동선이 짧아져 많이 편리했다.

이번 주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교실 배식! 성공적이면 좋겠지만 더 좋은 건 여유로운 식당이 생기는 것이다. 유독 교육예산이 많이 줄어든 이번 해에는 많이 힘든 일이지만 희망사항이다.


급식 배식 장소에 따른 장단점이 있다.

교실급식: 이동거리가 없어서 급식 전, 후 학생들 지도에 유리하다. 배식 전 준비, 배식, 정리까지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식당급식: 따뜻한 음식을 바로바로 먹을 수 있어서 급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배식대 준비와 정리를 식당 내 배식봉사자가 맡아서 학생은 줄 서서 받고 다 먹은 후 잔반처리 후 교실로 이동하면 된다.

식당크기에 따라 배식시간대, 급식순서가 바뀌어서 영양교사의 진두지휘 하에 급식이 이루어진다.(거의 지휘자처럼 전교생들의 급식을 관리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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