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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by 김소스통




인간은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그럼에도 남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까지 확장하기 때문이라고. 타인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기 때문에 이기심을 기반에 둔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나는 없는 형편에 조금씩 모은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나 울지 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처럼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내어주는 사람들이 항상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커피에 디저트를 곁들일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을 정기후원 하는데 이 내막은 어찌 보면 이기적인 행동에서 비롯됐다. 나는 불안한 생각이 들 면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그리고 얼른 이 불안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길 바라며 기부를 했다. 돈을 잃어버렸다는(자의적이지만) 의미에서의 액땜이자, 선한 행동을 함으로써 안 좋은 운을 미리 막는다는 뜻에서 업보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쓰니 기부라는 선한 행동을 이기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한 것 같아 부끄럽다… 흑. 그래도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지긴 했다. 기부처에서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따로 연락이 왔었는데 자연스레 정기후원도 권하셨다. 국내아동의 후원상황이 요새 어렵다는 말에 적은 금액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후원 동의를 하니 너무 좋아하셔서 괜히 뿌듯해지는 경험이었다. 커피 두 잔 안 사 먹고 건강도 챙기고 적은 돈으로 액땜도 계속하고 결식아동도 도우니! 일석삼조이다.


나도 돈을 많이 번다면 이기적인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좀 더 이타적인 마음으로 봉사와 기부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는 있다. 근데 나는 ‘많이 번다면’이라는. IF 가 붙었지만 그것이 아닌, 나 자신도 녹록지 않은 형편이지만 그래도 너와 나눌게라는 마인드가 존경스럽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핍을 나눔이라는 행위에서 충족하는 걸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했지만 결핍을 안 좋게 표출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눔이라는 행위로 자신의 결핍을 충족하는 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으니. 사랑이란 나의 존재를 타인에게 확장시키는 것이니까! 자신의 결핍을 깨닫고 포용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결핍을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을 부정하느라 타인도 부정할 테니까.


사랑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국어사전에서 발췌한 사랑의 정의이다. 우리는 사랑을 생각하면 본능적으로 연인과의 사랑을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은 가족 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친구 간의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스쳐 지나가는 타인과의 사랑도 될 수 있다. 애착인형이라는 말도 따로 있듯이 사물에 관한 사랑일 수도 있다. 사랑의 정의란 어떠한 존재와 사물을 몹시 귀중히 여기고 그것을 즐기는 마음이자 그런 일이니까, 남을 이해하고 돕는 그런 일들이니까.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도 사랑이다. 자기 전 침대에 있는 인형에게 잘 자라고 속삭이는 것도 사랑이다. 친구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며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사랑이다. 회사 동료의 밀린 일을 같이 도와주는 것도 사랑이다. 식사를 차려준 가족에게 음식이 맛있다는 칭찬과 함께 설거지를 대신하는 것도 사랑이다. 하루일과를 무사히 마친 애인에게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과 입맞춤을 하는 것도 사랑이다.


사랑에 관해 말한다면 밤을 새울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생각난 것들만 나열하겠다. 저 예시들 중 하나라도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비슷하게라도)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도 없고, 사랑하지도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이거나 전두엽이 손상된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소한 사랑을 주고받는데 말이다.


어렸을 적 음식을 남기면 혼났던 너가 나에게는 배부르면 남겨도 돼 억지로 먹을 필요 없어.라고 말했을 때 너가 어렸을 적 듣고 싶었던 말을 내게 해주는구나, 너는 너를 나에게 확장시켰구나 느낄 때


결과물을 가져가면 피드백과 함께 어떻게 되든 일단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고 나를 응원하고 신뢰하는 팀장님의 말을 느낄 때


생선은 보지도 못했고 끼니도 굶을 정도로 가난했었던 엄마가 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굶기지 않을 때. 특히 생선은 주기적으로 꼭 먹일 때. 엄마의 배곯았던 가난의 결핍을 우리에게는 채워주려고 노력할 때


너무 힘들고 불안할 때 자신과 나누던 sns 대화창을 그냥 너의 감정 메모장 쓰듯이 써달라고, 힘듦을 같이 나누자는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날 때


나는 정말 사소하게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다.


영화 중경삼림에서는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뇌 과학자가 말하는 사랑의 유통기한은 최대 1년 3개월이다. 그 이후부터는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사랑보다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정에 가깝다고…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 우리는 상대의 장점만 보게된다. 그러다가 콩깍지가 벗겨지며 단점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단점이 마음에 안드는 시기가 온다. 그때 상대의 단점마저 수용할 때 사랑이라는 이름의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거 아닐까? 나의 단점을 수용하듯이 상대의 단점도 수용하며 나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연인과의 사랑이 아닌 모든 인연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한 인간은 없다.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완전함을 표방한 신을 만들어 추앙한다. 또한 그 완전한다는 신에게 귀속된 인간들조차 서로 간의 도움을 최우선의 여긴다. 우리가 신이 될 것이 아니면 불완전한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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