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사건은 항상 갑자기 일어난다. 어느 날, 갑자기.
아직도 그날이 어떻게 그렇게 일이 시작되었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고, 나는 지금 살아있는 것 같다.
마치 총을 들고 있는 것처럼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총이 만들어 졌다고 생각하고 빵! 하고 소리치며 쐈다.
이전에 별생각 없이 재밌게 봤던 SF소설에서 읽은 걸 따라한 것 같다. 그때도 주인공이 급하게 능력을 쓴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나도 급하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쏴놓고 진짜 총이 쏴지니 정신이 잠깐 멈췄다.
‘그나저나 지금 내가 총을… 쐈지..’
내 손을 내려다봤다가 다시 앞을 바라본다. 진짜 앞에 사람이 쓰러져있다.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사람이 쓰러진 걸 확인한 순간 일단 뛰었다.
‘된다. 된다. 좋아, 되는 거야’ 나와 A가 뛰기 시작하고, 앞을 막는 사람이 생기면 무조건 쐈다.
빵 빵빵-! 다들 진짜 총을 맞은 것처럼 쓰러졌다.
그러나 내가 총을 쏴본 적이 있던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꿈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꿈이야’ 꿈인데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달리는 걸까. 왜 이렇게 살고 싶어 하는 걸까.
내 앞을 막는 저들은 누구인가.
다치거나, 충격을 받거나, 죽으면 그냥 꿈에서 깨는 거 아닌가. 의문 투성이었지만, 총을 쏘는 게 스릴 있다고 느끼고 있는 내가...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달렸다. 꿈에서도 집중력이 별로인 것 같다. 달리기에만 집중하기 못하고 계속 질문만 떠오른다.
‘어차피 꿈을 설명해 줄 사람은 없어. 서바이벌한다고 생각하고 즐겨보자’라고 생각하는 찰나,
낡은 집이 보였다.
얼마나 달렸던 걸까. 주위는 허허벌판이다.
“일단 들어가자.” A가 나를 잡아끌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집에 들어가자 B와 C도 보였다.
하지만 저들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저들도 우리를 공격할까?
“찾아서 다행이다! 어디 갔었어?” B가 반가운 기색으로 물었다.
“너희는 어디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너희 찾다가 이 집이 수상해서 보고 있었어” C는 계속 집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저렇게 차분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여기는 아무도 없는 거 같아. 여기 숨자”
“하지만 여기 이런 집이 있다는 게 이상해” 맞다. 우리 집처럼 생긴 공간이 여기 있을 리가 없다.
왜 이런 곳에 갑자기? 나무 무늬가 멋있는 탁자 위에 엽서 크기 만한 액자들이 꽤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건 우리 집에 없던 거다. 무의식 중에 내가 가지고 싶어 한 가구가 꿈속에 공간에 만들어졌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액자에 사진들을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사진 속의 모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가 없다.
액자를 들어서 눈앞에서 확인해 봐도 성별만 구분할 수 있을 뿐.
딴생각은 여기까지였다. 우리의 짧은 휴식은 끝났다. 의심은 지금 필요하지 않았다.
있었는지도 몰랐던 어떤 물체가 움직이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노인이었다. 머리가 백발이었기 때문에 노인이라 생각했을 뿐, 진짜 노인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위험하다고 몸이 반응했다. 총을 다시 꺼내야 하는 순간이다.
‘제발’
손에 총이 들리는 것을 느끼고 노인을 쏘려고 하는 순간, 노인은 눈이 뒤집히더니 부르르 떨다가 재가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양손으로 벌리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끝내듯이, '쾅!'이라고 외치며 발을 굴렀다.
마치 폭탄이 떨어지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나가떨어졌다.
나는 꿈으로부터 나가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