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듯

몰라

by 류서안

그녀를 닮게 되는 것이 두렵다.
이해할 수 없었던 말을 내가 내뱉을 때,
깊은 무력감에 얼굴을 묻는다.
결국 닮아버렸는가
얼마나 닮았는가


그 말은 항상
대답이 아니었다.
대화의 끝에 던져진 마침표,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얇고 무성의한 벽.


그래서 나는 더 말했고
더 설명했고
더 알아야 한다고 믿었다.
알아야만 떠나지 않을 수 있고
알아야만 남을 수 있다고,
나는 어리석게도 믿었다.

숨이 멈춘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입에서도 같은 말이 떨어졌다.
몰라.

생각보다 가볍게
혀를 미끄러지듯 지나
아무 상처도 없는 것처럼.

숨이 멈춘다.


그 순간 알았다.
이 말은 무지의 고백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는 소리라는 것을.

진짜 모르는 것일까.
아니,
알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알면 해야 하고
하면 다칠 것이 분명하니까.


모른 척하는 법을 배웠다.
그녀에게서.

모르고 싶은 것은 나의 마음이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그 답이 나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할까 봐
입을 다물어버리는 마음.


몰라, 라고 말하면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는다.
아무도 나에게
끝까지 묻지 않는다.
그 평온함이
너무 쉽게 나를 닮게 한다.


몰라.
입가에서 맴도는 숨과 섞인다.
분명한 것은
이제 내가
그녀가 싫어했던 사람과
같은 입 모양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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