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을 완독을 하려면
〈혼불〉, 어떻게 읽을까?
꽃심도서관에서 독서대전실무기획 회의를 하던 날이었다. 꽃심 도서관 과장님이 “올해 대출 도서 1위가 〈혼불〉 1권입니다.”라며 반가운 소식을 알려 주었다. 꾸준히 〈혼불〉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에 흐뭇했다. 한편 그만큼 〈혼불〉 2권으로 넘어가기 힘들고 늘 도전하다가 그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많은 독자들이 남원 지역의 언어와 방대한 풍속사, 깊이 있는 역사를 따라가기가 힘든 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혼불〉은 일반적인 책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의미가 많은 책일수록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에 〈혼불〉만의 독서법을 적용시켜야 한다.
먼저는 통독이며 재독이다. 〈혼불〉에는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놀이, 지리, 역사 등 방대한 자료와 선조들의 생활상이 묘사됐다. 처음부터 정독의 자세로 접근하면 1권 첫 꼭지 ‘청사초롱’에서 멈추게 된다. 그러므로 모르는 것도 통과하며 일단은 직진이다. 처음에는 통독으로 읽고 전체 흐름을 파악한 후에 다시 읽으면서 오묘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마치 쌀밥이 아닌 보리밥을 먹듯 천천히 꼭꼭 씹어야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둘째, 꼭지별로 읽어야 한다. 〈혼불〉은 총 108 꼭지이다. 꼭지별로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찾으면 된다. 첫 꼭지 ‘청사초롱’은 혼례장이다. 선조들의 혼례 절차나 음식, 예복 등이 그대로 따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세하고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따라서 이 꼭지를 읽을 때는 전통혼례를 배운다라는 자세로 읽으면 된다.
셋째, 낭독하며 읽어야 한다. 유종호 평론가는 “우리 겨레의 풀뿌리 숨결과 삶의 결을 드러내는 풍속사이기도 한 이 소설은 소리 내어 읽으면 판소리의 가락이 된다. 독특한 울림이 호소력을 발휘하는 노작勞作이다”라고 평했다. 특히 옹구네를 비롯한 평민의 언어는 소리 내어 읽을 때 더욱 맛깔스러워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넷째, 메모하며 읽어야 한다. 따라서 상황설정을 해야 한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잠자리에서 짬짬이 읽는 책이 아니다. 책상 앞에 정자세로 앉아 노트와 연필을 준비하고 읽어야 한다. 청암부인이나 효원, 심진학, 강태는 명언 제조기이다. 그들의 어록을 만들고 필사를 하면 철학서로서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다섯째,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읽고 나눠야 한다. 뜻있는 사람끼리 모여서 함께 읽고 질문을 하고 내 삶에 적용해야 한다. 가령 혼례절차를 읽으면서 오늘날의 혼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생각하고 바람직한 혼례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실천까지 해보는 것이다. 어려운 책일수록 여럿이 모여 의견을 나누어야 그 책을 속속들이 알아낼 수 있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4년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읽기’ 모임을 지속했었다. 해마다 〈혼불〉을 완독 하려는 회원들이 모였다. 서울, 구리, 광주, 창녕 등 각지에서 먼 거리마다 않고 찾아주는 이들도 있었다. 의상 전문가, 작가, 음악가, 건축가 등 〈혼불〉을 통해 전문지식까지 얻으려는 회원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사라지는 풍속과 삶의 흔적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얻고자, 우리 얼을 지키려는 그 정신을 본받고자 모이는 회원들의 열의는 강의실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머지않아 ‘혼불 10권도 도서 대출 순위 1위’라는 소식을 듣고 싶다.
# 혼불# 청사초롱#꽃심 #최명희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