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심을 거닐어 볼까?

꽃심, 전주

by 아침햇살


그 꿈조차 짓밟히어,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꽃씨 같은 몸 받은 조선왕조 개국시조 전주 이 씨 이성계. 천 년이 지나도 이천 년이 지나도 또 천 년이 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 ㅡ〈혼불〉10권 295쪽

전주를 대표할 단어는 ‘꽃심’이다. ‘한국의 꽃심, 전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이 단어가 ‘꽃의 힘, 꽃의 마음, 꽃의 중심’을 뜻한다는 것은 알 것이다. 더 나아가 혼불을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이라면 맹물의 ‘꽃심’이 아니라 ‘꿈의 꽃심’ 임을 알 것이다. “꿈의 꽃심을 지닌 땅.”(혼불 8권)이라고 작가가 못 박아 놓았으니.

마음속 태자리에 꿈의 씨앗을 심고 기다려온 땅, 전주. 이곳에 내가 서 있고 살고 있다. 생각만 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다. 손가락이, 발가락이, 마음이, 생각이, 몸뚱이를 살려서 움직이게 하는 ‘꿈’이 있기에 ‘꽃심’도 살아있다.

전주고보에 다니던 지용훈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소사, 배리배리한 고아였던 쌍현이를 돕는다. 여리디 여린 아이가 물을 길어다 끓이고 백로지를 짊어지는 등 힘든 일을 할 때면 힘껏 도와주고 친절을 베푼다. 동족으로서 동생처럼 보호한다

마치 버리듯 심어 놓은 그 씨앗은 전주고보 학생들이 내 나라 역사를 공부하는데 힘의 원천이 되어준다. 동국사략 사권(四卷) 사책(四冊)을 한 자 한 자 필사해서 공부하던 학생들의 갈증을 풀어준 것이다. 쌍현이는 목숨 걸고 그 책을 등사해 준다. “작전이 필요할 때 작전을 세우면 이미 너무 늦다.”“언제나, 꿈을 가진 사람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하여 땅 속에 미리 씨앗들을, 버리듯이 묻어 놓아야 한다.”(혼불 10권 33쪽)는 지용훈의 생각과 행동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들통이 나서 고문을 당하지만 끝내 주동자를 발설하지 않는 쌍현이. 그 어리고 여린 마음에도 이미 독립에 대한 꿈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버리듯 뿌려놓은 씨앗에서 꽃심이 생기고 열매가 열리는 환희라니. 꿈을 이루어 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알의 씨앗을 잉태하여 발아시키고 흙을 밀고 올라와 햇빛을 만나 성장하는 꽃. 그처럼 우리의 꿈도 이제 햇빛을 만나야 할 때이다. 맛있게 햇빛을 먹고 따사롭게 온몸으로 받아들여서 꿈을 성장시켜야 할 때이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내 꿈의 생일이어야 한다. 오늘도 난 나의 생일을 만들기 위해 나태한 나를 일으켜 세운다. 꽃심이 잉태된 이 거리 전주에서 쌍현이처럼, 지용훈, 심진학처럼 나와 내 이웃을 우리나라를 세우려는 몸부림을 찾아 나서련다.

꽃심을 품은 그대여,

그대로 인하여 봄이 오누나.

꽃심을 세운 그대여,

그대 선 곳이

온통

꽃밭으로 훤해지누나

꽃심을 피운 그대여

그대 곁에 서니

나도 꽃이 되누나.

#꽃심 전주#혼불#씨앗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혼불〉, 어떻게 읽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