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같은 세계를 살고 있는가
우리는 같은 세계 위에 서 있다고 믿는다.
내가 바라보는 태양의 빛이
다른 사람의 눈에도 같은 빛으로 닿고,
나를 흔드는 파도 소리가
다른 사람의 귀에도 같은 울림으로 들릴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은 생각보다 훨씬 조각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타인의 세계 속에 함께 들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닫힌 세계 안으로
타인을 하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문득, 이 믿음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감각이 사라진다면
그 감각이 만들던 세계도 함께 사라지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같은 세계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피리 소리는
‘작게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 분명히 존재하는 세계가
누군가에게는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어도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전혀 다른 곳이 된다.
인간은 각자의 감각이 허락하는 만큼만 세계를 가진다.
나에게는 우주처럼 큰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절대적인 진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결국 타인의 가장 깊은 감각 속으로 완전히 들어갈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하나의 세계를 살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려는 존재들을
하나의 사회로 묶어 두는 힘이 바로 그 믿음이기 때문이다.
이해란 상대를 내 세계 안으로 끌어와 완전히 설명해 내는 일이 아니다.
끝내 닿을 수 없는 타인의 깊이를 바라보면서도
그 한계를 인정한 채 조용히 곁에 머무르는 일에 가깝다.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나의 생각을 비춘 그림자가 아니라
진짜 타자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