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출구
눈물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는
이전 글에서 다뤘다.
이번엔 그다음이다.
눈물이 흐른 뒤,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슬픔이 임계점을 넘으면 눈물은 자아의 허락 없이 흐른다.
우리는 울고 나면 정서가 정화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감정의 물리 법칙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날은 눈물을 쏟아낸 뒤 더 깊은 심연으로 침잠한다.
체내에서 배출된 슬픔의 부피만큼,
그 자리에 서늘한 공허가 차오르기 때문이다.
울기 전까지 우리는 ‘버틴다’는 행위로
자신을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눈물은 주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저 차오르고,
범람할 뿐이다.
우리는 그 비자발적인 흐름을 뒤늦게 수용하며
자신의 무력함을 목격한다.
눈물은 유예되었던 모든 논리를 정지시킨다.
이성은 뒷걸음질 치고
복잡하게 계산하던 마음은 일순간 기능을 상실한다.
그 찰나의 순간,
눈물의 순도는 우리가 붙잡고 있던
그 어떤 명분보다 높다.
고통도, 이유도, 욕망도..
이 투명한 액체 앞에서는 서열을 잃고
조용히 뒤로 밀려난다.
그래서 우리는 안다.
눈물이 흐를 때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감정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난 슬픔 앞에서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자아는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고 싶어 하지만
슬픔은 이미 자신만의 독자적인 경로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묻는다.
울고 나니 좀 가벼워졌느냐고.
하지만 지독하게 울어본 사람은 안다.
가벼워진 것이 아니라,
이제 이 젖은 몸을 이끌고 다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라는 것을.
눈물은 감정을 끝내지 않는다.
다만 감정의 상태를
바꿀 뿐이다.
속에서 들끓던 것이 밖으로 유출된 뒤 남는 것은
명쾌한 해답이 아니라
젖은 채로 남겨진 현실이다.
그래서 눈물의 출구는
해방이 아니라
다시 살아내야 할 현실을 남긴다.
이제 나는
이 눅눅한 감정을 안고
어떻게 오늘을 버텨내야 하는가.
눈물은 닦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은
닦는다고 마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끈질기게 살아내는 시간을 통해서만
천천히 건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