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는 왜 늘 이길까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많은 사람에게

by 간극

핑계라는 말만큼

인간의 삶을 조용히 망가뜨리는 단어도 드물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핑계와 협상에 들어간다.

공복 운동을 해야 하는데,

독서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유난히 피곤하다는 이유가 먼저 떠오른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지금 이 계획이 지켜진다면

지금과는 다른 내가 만들어질 거라는 것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더 빨리, 더 정교하게 준비된다.


그 이유들은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다.

스스로를 설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끔은 내 머릿속에

승소율 90퍼센트의

‘합리화 전문 변호사’가 상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우리는 그걸 핑계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합리화’라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단어를 쓴다.


하지만 이름이 달라졌을 뿐,

결과는 같다.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단 하나의 강렬한 이유면 충분하다.

문제는 그 하나를 가로막는

수십 가지의 핑계다.


안 할 이유가 쌓이는 순간,

할 이유는 설명조차 필요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힘을 잃는다.


그래서 중요한 건

‘해야 할 이유를 더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잘 차려진

‘안 할 이유들을 해체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이유로도

길을 여는 사람은

대개 그 일을 먼저 해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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