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는 것

우리는 언제부터 스스로를 탈락시켰을까

by 간극

어릴 때 나는

공부도 곧잘 했고,

운동도 나쁘지 않았고,

예의도 바르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도 비슷했을 것이다.

어릴 때 받은 칭찬과 기대 속에서

각자 나름의 꿈과 희망을 그려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그 남다르던 아이는 자라면서

꿈은 돈으로,

희망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끌어내려진다.


분명 잘하는 것도 있었고,

하고 싶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것들이 희미해지는 순간들이 쌓인다.


그림을 그리면

옆 반의 철수는 피카소가 되고,

공을 차면

옆 반의 민수는 손흥민이 된다.


그 앞에서 나는

어느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잘하는 게 없었던 걸까.”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잘하지 못했던 게 아니다.

단지 1등이 아니었을 뿐이다.


우리는 재능이 없었던 게 아니라,

타인이 만든 채점표에

내 존재의 판단권을 넘겨줬던 것이다.


꼭대기에 있는 몇 사람의 그림자 아래에서

스스로를 지워버렸을 뿐이다.


정말 잘한다는 건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잘하는 건 어쩌면,

꿈과 희망을 등수로 매기지 않고

끝까지 품고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돈과 현실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유로

내 존재의 방향까지 헌납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살아갈 이유만큼은

내가 정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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