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최선인가 차선인가

2024.11.18 ~ 2024.11.24

by 휘슐랭

유독 바빴던 지난 주가 지나가고, 어느 정도 한가한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물론 저번 주에 비해 한가하다는 거지 아무래도 연말이라 아직 해야 할 일들이 꽤 많이 남아있다. 망년회며 동창회며 반가움으로 가득 찰 모임들도 연말을 장식하는데 한 몫하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연말은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닐 거라 짐작한다. 어쨌든 올해 가장 바쁜 주간이 큰 사고 없이 끝났다는 안도감을 핑계 삼아 계획 없는 연차를 냈다. 평소라면 쉬는 날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을 텐데 이번엔 아무런 계획 없이 연차를 사용했다.


나는 사실 업무를 처리할 때나 여행을 떠날 때 미리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를 행하는 편이다. 재미 삼아 MBTI 검사를 해보면 J(계획형)의 비중이 항상 90% 정도를 웃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세운 계획이 틀어지거나 바뀐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그 이유는 내가 계획을 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무계획적 방황의 방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 동선, 맛집리스트, 카페, 이동시간 등 디테일한 것까지 계획하고 여행을 떠난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그렇게 디테일하게 계획해서 가면 너무 빡빡하고 재미없지 않아?' 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지금까지 같은 질문을 셀 수 없이 많이 받아왔지만 나의 대답은 항상 동일했다.


"막상 여행 가면 항상 이대로 움직이지는 않아"


한번 더 질문이 되돌아온다. '그럼 계획은 뭐 하러 짜?' 10명 중 9명은 이 두 가지 질문을 연이어 되묻는다.


"나는 막상 여행 가서 이제 뭐 할까? 어디 가지? 등을 고민하는 걸 안 좋아해. 그래서 미리 계획을 짜두고 무계획적 방황을 방지하는 거야. 나의 계획보다 더 흥미로운 곳을 발견하거나 더 재미난 일이 생기면 그걸 계속하지 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그만두지 않아. 내가 세운 계획은 언제나 차선책일 뿐이야"


나에게 있어 계획은 큰 틀이자 차선책이다. 계획에 있어 과정은 내가 의도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고수해야 할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에 있어 의도한 결과는 기분전환, 힐링, 즐거움 정도가 될 수 있고, 업무에 있어 의도한 결과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과정 속에서 때에 맞게 당연히 수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나의 계획은 단순히 결과만 지향할 뿐, 지향점으로 향하는 구체적 과정은 언제든 수정과 변경이 가능한 줏대 없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선의 계획이라는 건 존재가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계획이라는 건 어떠한 일에 목표를 정하고 도달하는 과정에 돌입하기 전, 앞으로 할 일을 미리 헤아리는 단계다. 단어 그대로 '미리' 무언가에 대한 계획을 최선을 다해 세울 수는 있겠지만, 그 계획이 정말 최선인지는 실제로 구상했던 과정을 경험 한 이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최선을 다해 계획을 세우는 것과 그 계획이 실제로 최선인지는 엄연히 다른 카테고리다.


우리 모두는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각자만의 스타일과 노하우가 있다. 나는 '계획은 이렇게 세우는 거야' 혹은 '너의 계획 세우는 방식은 틀렸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계획함에 있어서 과정은 언제나 유동적일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틀어진 계획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였으면 한다. '나의 계획은 차선책일 뿐이야'라는 식의 생각이 스스로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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