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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달 Mar 23. 2024

- 프롤로그 -

나의 이혼을 알립니다.

그가 이혼을 제안한 지 1년, 법적 이혼 7개월 차.


엄마는 어릴 때부터 내게 글재주가 있는 것 같다며 글을 써보라 하셨고,

크면서 나보다 멋지게 글 쓰는 글쟁이들이 널리고 널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건, 그저 일기를 쓰는 것으로 만족하던 내게.

그가 왔고,

우리는 사랑을 했고,

이별도 했고,

다시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다.

그와의 이야기를 그냥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 이야기에 '이혼'이 담기게 될 줄이야.


'이혼' 이라니.



네이버 지식백과


더는 나의 글쓰기를 미룰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며 숙제를 미룰 수는 없었다.

하여 기록한다.


이는 나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내 나이 마흔.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를 만난 이후 나의 삶은 전혀 평탄하지 않았다.

나는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기도 했고, 지구의 저 밑바닥까지 꺼지기도 했고,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꼬꾸라졌다가 수없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나는 위태로웠다.


그리고, 지금, 나는 동글이를 보며 느끼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제외하고는, 평온하다.

이 감정의 이름은. '평온'이다.


지난주, 법적으로 완전  이혼 후 처음으로 전 시댁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어머님, 아버님, 막내 고모, 동글이, 나.

아빠가 빠진 저녁 식사에 동글이는 어리둥절해했지만, 막내 고모와의 정신없는 수다 덕에 즐겁게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저녁 식사 약속을 잡으며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동글이 애미 네가 조금 더 참았다면 좋았을 것을. 왜 그리 성급하게 도장을 찍어줬니."

물론 내게 미안해하셨고, 동글이를 걱정하셨고, 내게도 건강하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시어머니께 며느리이다.

모든 것을 다 아시면서, 내게 참으라고 하는 시어머니께, 나는 며느리이다.


내가 참으면 되는 것이었을까.

5년을 넘게 참아왔는데, 또 참았다면 달라졌을까.

내 속을 지게차가 와서 다 밀어버리고 떠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나는 수천번 수만 번 수억 번 생각했는데.


참아도 될 일이 있고,

참아서는 안 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참아도 될 때가 있고,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결심했다.


부디,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가 '평온'해지기를.

바란다.


제게 이런 글을 쓰고, 누군가 이런 글을 볼 수 있게

감히 어울리지도 않는 '작가' 감투를 씌워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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