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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문득 달
Oct 11. 2024
문명의 진화에 따른 외도의 진화
핸드폰을 조심하세요!
인류는
진화를 거듭하며 존재해 왔고,
인류의
진화와 맞물려 문명도 진화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며,
이 도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누군가에게는 이로우나 누군가에게는 해로울 수도 있다.
'배우자의 외도'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조선시대에도 처첩 간의 갈등이 존재해 왔는데,
아무리 일부일처제라 해도 간통죄마저 폐지된 마당에,
'배우자의 외도'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이리 떠드는 것이냐면.
알려주고
싶었다
.
문명의 이기(利器)를 이토록 이기(利己)적으로 써먹는 상간녀, 상간남, 그리고 우리들의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외도(外道)는 한자 뜻 그대로 "바르지 아니한 길이나 노릇"이므로,
외도를 저지른 자들은 반성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외도를 했는지 까지는 알지 못하겠으나,
우리의 부모 세대까지는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건너
건넛집
아무개 엄마와 정분이 났다든가,
땡땡다방 미스땡과 다방커피를 홀짝이다가, 소주를 홀짝였다든가,
회사 경리 미스땡과 회식하다 하룻밤 실수였다든가
하는 식이었을 듯하다.
연락을 주고받을 수단도 없어 오며 가며 눈짓을 주고받다가,
핸드폰이 생겼을 테고, 아내나 남편 몰래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았겠지.
사무실에서는 네이트온 등
컴퓨터 메신저를 이용했을 테지.
그러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더불어 메시지를 주고받아도 요금이 나가지 않는 카톡을 비롯한 여러 sns가 생겼고,
심지어 쓰고 나서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으니 들킬 우려마저 적어졌다.
언제 어디서든 편리한 외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1.
투넘버
, 투폰을
들어보셨는가?
투넘버는 번호가 두 개인 것,
투폰은
핸드폰을 두 개처럼 쓴다는 것이다
.
보통 업무용으로 이 서비스들을 많이 사용한다.
나 같은 경우 학교 업무용으로 투폰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예전에는 업무용이나 외도용으로 핸드폰이 하나 더 필요했는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하나의 핸드폰으로도
번호를 두 개 따로 쓰거나
(투넘버)
,
두 개의
기계인 것
마냥
(
투폰-당연히 번호도 두 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투폰 서비스의 경우 가입을 하게 되면,
핸드폰 상단에 1,2라고 숫자가 뜨는데 이것으로 1은 원폰, 2는 투폰으로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사용할 수 있다.
2를 눌러 투폰으로 넘어가면
잠금화면 패턴/비번/지문
부터 어플까지 아예 원폰과 다른 것으로,
기계를 두 개 쓰는 것과 같아지는 것이다.
확실히
개인적인 정보(전화번호, 사진 등)가 외부로 유출되는 확률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 투폰서비스가 외도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폰서비스를 처음 알게 된 건,
그의 첫 번째 외도 때였다.
당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던 전남편은 업무용으로 투폰서비스를 이용했고,
투폰서비스를 잘 몰랐고, 전남편이 외도를 하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전남편의
투폰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전남편이 이혼하자고 했고,
그러던 새벽 핸드폰을 하다 막 잠이 들었는지 켜져 있는 핸드폰을 보게 되었다.
원폰은 깨끗했다.
투폰으로 넘어가
투폰의 통화내역과 카톡의 숨김친구를 보게 되었고,
그 속에서
1번
상간녀를 찾았다.
상간녀 소송과 여러 사건들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갔고,
전남편은 얼마 후 다시 1번 상간녀와 연애를 했다.
그들의 '내로남불'을 도운 것은 투넘버와 투폰이었다.
1번 상간녀 역시 핸드폰을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두 개 사용 중이었는데,
그들의 대화 속에는"불륜을 하려면 이렇게 폰 두 개 정도는 필요하지~" 라며 웃는,
웃기지도 않는 대화들도 존재했다.
전남편은 한 번 걸린 투폰 대신 투넘버와 듀얼메신저(투넘버의 카톡)를 교묘하게 왔다 갔다 하며 사용했고
핸드폰은 집에 오면 늘 무음으로 해놓고 끼고 살았다.
물론 카톡의 알림도 꺼져있었다.
채팅방 별로 알림 설정도 따로 할 수 있었는데,
1번 상간녀를 만날 때는 내 카톡 알림을 꺼놨을 테고,
집에 있을 때는 1번 상간녀와의 카톡 알림을 꺼놨을 것이다.
현재 투폰을 사용해 본 결과,
투폰은 업무뿐만 아니라 외도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어플을 완전히 새로 깔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용으로 따로 필요한 어플이.. 나는 따로 없을뿐더러, 원폰과 투폰을 왔다 갔다 하며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다.)
반면 외도용으로는 딱이다.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게 다른 어플들도 사용할 수 있고,
사진도 투폰에 따로 보관이 되니,
투폰 잠금화면만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들킬 확률이 줄어든다.
2. 보안폴더
그런데 여기에 보안폴더를 사용하면 훨씬 외도에 용이하다.
전남편은 보안폴더 애용자였다.
보안폴더는 투넘버나 투폰을 이용하지 않아도 요즘 나오는 핸드폰에는 다 있는 기능인 것 같은데,
핸드폰 상단 바를 내리면 소리/진동을 바꾸거나, 손전등을 켜거나, 블루투쓰를 잡거나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보안폴더가 있다.
이 보안폴더는 버튼을 활성화시켰을 때에만 보안폴더에 깔린 어플들이 활성화되는데,
심지어 사진도 따로 보관이 된다.
보안폴더용 암호도 따로 설정할 수 있어,
핸드폰 속 중요한 정보 혹은 들키지 않아야 할 비밀들을 이중, 삼중으로 잠가 놓을 수 있다.
그러니 투폰에 보안폴더라면 비밀유지에 금상첨화인 셈이다.
3. 멀티 프로필
사실 내가 학교 업무용 투넘버나 투폰을 사용한 것은 카톡 프로필 때문이었다.
동글이가 태어난 후로는 카톡 프로필 사진이 주로 동글이 사진인데,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소중한 동글이의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그렇다고 동글이 사진 아닌 다른 것으로 해 놓자니,
세젤귀 동글이 사진을 가까운 주변 지인들에게는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은 도치맘의 마음도 있었다.
그러다가 투넘버와 투폰을 알게 되었고,
번호가 다르니 자연스레 카톡도 두 개, 업무용과 개인용 카톡 프로필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정확한 시점은 모르겠다.) 카톡에 멀티 프로필 기능이 생겼다!
프로필을 2-3개 설정해서 따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본 프로필은 그냥 아무에게나 / 1번 멀티 프로필은 가족에게만 / 2번 멀티 프로필은 친구에게만 / 3번 멀티 프로필은 애인에게만.
이렇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좋은 기능인가!
나의 '아내/남편'과 나의 '불륜녀/불륜남' 에게 따로따로 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니!
이제 '상간녀/상간남'의 전화번호를 알아도 그들의 사진(증거가 될 만한)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카톡 프로필 사진은 내게 1번 상간녀, 2번 상간녀와 전남편의 외도를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원이었다.
그리고 1번 상간녀가 내 번호를 알았는지,
전남편 핸드폰을 통해 내 프로필을 보는지,
전남편은 내가 내 프로필에 가족사진을 해 놓는 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본인 얼굴이 너무 이상하게 나왔다는 둥(진짜 잘 나온 사진이었다.)
나이 먹고 이렇게 오글거리게 해놓고 싶냐는 둥(전남편과 나의 다정한 그림자 샷)
그런 핑계를 대며,
내 카톡 프로필에, 내 맘대로 사진을 올리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다가 1번 상간녀에게 새 남친이 생겨, 둘의 관계가 끝났을 때,
전남편은 나와의 그림자샷을 배사(프로필 배경사진)에, 귀요미 동글이 사진을 프사에 걸어놓았다.
그리고 내게 이혼을 얘기한 날, 전남편은 그 모든 사진을 싹 지웠다.
프로필 사진은 많은 것들을 얘기해 준다.
전화번호 주인의 현재 외면과 내면을 모두.
그러니,
멀티프로필은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따로 지정하여,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모두 꾸며댈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4. 오픈채팅
오픈채팅은 전남편의 사용한 외도의 도구는 아니었다.
전남편은 '아는 사람'과 바람을 폈으므로.
M의 전남편이 자주 이용한 여자를 만나는 채널이 바로 오픈채팅이었다.
물론 건전한 오픈채팅도 있다.
독서모임도, 러닝모임도, 덕후모임도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불건전한 오픈채팅도 있다.
누군지 모를 불특정 이성을 꼬여 내어, 하룻밤 즐기고 마는 채널들도 수두룩하다.
본인의 선택이므로, 원나잇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없으나,
이 오픈채팅으로 '외도'를 저지르는 이들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냥 원나잇과,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의 원나잇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독자들이
곁에 있는 배우자를 의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이미 나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닐까
?
하는 정황이 포착된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살펴봄 직하다.
문명의 이기
를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외도 중인 배우자에게 그리하여, 문명의 이기는
양날의 검이다.
편리하게 외도를 즐기게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니
'안 들키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외도의 빼박 증거를 남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명의 이기를 잘 이용해 증거를 포착한 본 배우자에게도, 양날의 검이다.
빼박 증거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지만, 언제고 그 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1,2번 상간녀의 인별 계정 혹은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
1,2번 상간녀는 전남편과 전화번호 뒷자리가 같았다.
1번 상간녀와 끝나며 바꾼 전남편 폰번의 뒷자리 번호는 2번 상간녀의 뒷자리 번호가 되었다.
(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면
알려면 알 수도 있는 상간녀들의 근황을 나는 굳이 알고 싶지가 않다.
알고 싶어 떠들러 보던 때가 있었다. 요리조리 캐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다 부질없었다.
내 속만 타들어갈 뿐이었다.
나는 이 양날의 검을, 내려놓기로 했다.
속 편히 내
곁의
내 사람들
만
보며 살기로 했다.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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