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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성이 다른 여자 셋이 케미 쩔게 살아요

by 문득 달

2년 전 이혼을 했다.

5개월 전 아빠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지금.


우리 집은 성이 다른 여자 셋이 살고 있다.

우리 엄마 P 여사, 싱글맘 S, 내 딸 초딩이 J.

삼대 모녀가 모여 이러쿵저러쿵 지지고 볶고 살고 있는 중이다.

아, 물론, 다른 의미로 성(性)이 다른 반려견 댕댕이 K도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는 삼대 모녀가 모여 살며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매거진으로 엮으려 했다.

연재를 하기에는 주기적으로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데, 삶이라는 게 딱 맞춰 주기적으로 일을 벌여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에피소드를 발행하고, 세 번째 에피소드를 쓰다 깨달았다.

삶은 그 자체가 에피소드의 연속이며,

우리 삼대 모녀의 하루하루는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 삼대 모녀는 당연한 이치겠지만,

성이 다른 만큼 각자의 생각도, 삶의 방식도, 너무나 다르다.


특히 P여사와 초딩이J는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라 그 사이에 끼인 나는 둘의 '극적 타결'을 지켜보는 중대한 위치에 있다.

그런데 또 이 둘의 케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둘이서 신나게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트로트를 부르거나, 나를 놀리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면,

나는 홀로 다른 핏줄이고, 저 둘이 모녀가 아닐까 싶을 만큼 쿵짝이 잘 맞는다.

초딩이J는 실제로

"우리 초딩이는 누구 딸인데 이렇게 귀여워~~?"라고 물으면

"할머니 딸!!"

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나는.

성이 다른 여자 셋 '다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케미 쩌는 모습을 연출하게 되는 이 '소중함'을 나누고 싶어

이 브런치북의 연재를 결심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성이 다른 여자 셋이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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