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신입생이란

설렘 없는 긴장감 속에서

by 수잔


3월 5일 수요일이 되었다.

화요일이 공강이기 때문에 이번 주 수요일이 나에게 개강일이다.

설렘으로 가득한 학부생들의 웃음소리가 캠퍼스를 가득 채웠지만

나는 그들 사이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설렘 없는 등굣길이 낯설기만 했다.

나도 대학생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은 설렘 없는 긴장감과 부담감을 안고 경영관으로 향하고 있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처음 오는 학교 건물의 1층은 나 혼자였다.

대학원 신입생은 '삭막함'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삭막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의실로 향했다.

뭐지? 혼자가 된 기분이 더 강해졌다.

강의실에 아무도 없다. 대학원생들은 수업시간 정각에 오는 건가 보다.






수업 변경 기간이라 오늘 있는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오티라는 가면을 쓰고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경영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고 난 그중에서 마케팅이다.

오늘 수업에는 마케팅이 나 혼자다. 그리고 신입생은 나를 포함한 3명,

나머지는 2학기 이상의 석사생과 박사생...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드랍해야 되나 싶다.

교수님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셨는지

신입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치셨다.

대학교 생활을 4년 동안 하면 알 수 있다.

교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물론 3시간 동안 수업을 계속 들었고

중간에 강의실을 뛰쳐나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내년 1학기 때 뵙겠습니다. 교수님!"


수업이 끝나고 조용히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첫 대학원 수업은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았고

학부생 시절에 듣던 수업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분위기였다.

강의실에서 나온 후 3층 건물로 올라갔다.

연구실은 아직 배정받지 않았으나

열람실 형태의 좌석을 배정받았기에 한번 들어가 보려 했다.

하지만 학생증을 아직 발급받지 않아 출입이 불가능했다.

오늘따라 모든 문이 닫혀있는 느낌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갔다.


앞으로 이런 고난도의 수업을 내가 들을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바빠질 일상을 생각하니 두근거린다.

지도 교수님이 누구실지도 기대되고

능숙하게 논문을 읽으며 내용을 정리하는 내 모습도 기대된다.


언젠가는 적응이 끝나 눈이 퀭한 대학원생이 되어 있을 나를 생각하며,

지하철 역에서 내린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서 할 일이 많다.

수요일 수업을 드랍해야 했고 대신 들을 새로운 수업을 찾아야 했다.
너무 막막한 나머지 마케팅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다.

결국, 다른 전공의 수업 하나를 추가로 듣기로 했다.

수강신청 변경 기간은 내일부터다.

개강 첫날부터 이럴 줄 몰랐다.

난 울고 있지 않았지만 가슴속이 먹먹하고 울적했다.

아직 적응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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