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 살기 : 3주차

AI와의 갈등

by 수잔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두번째 논문 발표 준비를 위해 이번 주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벌써부터 난독증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맥이 자연스러운 해석, 방법론에 대한 완벽한 이해, 논문의 목적 요약,

그리고 긴장감을 억지로 누른 PPT 발표까지.

신입생에게 너무나도 버거운 일상이었다.

1월, 2월까지만 해도 10시간 정도 꿈나라에 있었던 나인데

3월부터 6시간 정도 겨우 숙면을 취하고 있다.

논문 발표 때 망신당하지 않기 위해 잠잘 시간조차도 아깝기 떄문이었다.

무엇보다 다음 주에 있을 발표는 좀 더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다.

석사 2학기 학생부터 박사 과정 연구생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첫 발표 때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달았다.

이번에는 긴장만이라도 좀 덜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여유롭게 논문 설명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앞으로 있을 발표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번학기에 총 12번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소셜미디어로만 접하던 대학원생의 모습이 되어가는 중이다.

매일 교수님과 논문한테 혼나고, AI와 싸우며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입학 첫 날에는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섰지만

3주차에 접어든 후로는 대학원이 너무나도 편한 입시학원같다.

편한 차림으로 공부해도 되지만 긴장의 끈은 놓아선 안되는 그런 공간.


요즘 동기들의 취업 소식을 접하면서 동시에

온전한 대학원생이 되어가는 과정이 버겁기만 하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하지만 그럼에도 일은 계속 해야되는 직업이 대학원생이다.

언젠가 이 모든 환경에 적응하고 익숙하게 눈문을 읽는 순간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맡은 논문은 저번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AI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다른 소리만 한다.

좋게 말해도 계속 엉뚱한 소재를 제시한다.

마음은 급하지만 AI는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급기야 AI도 내 요구사항에 불만이 생겼는지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기 시작한다.

AI와의 갈등이 반복된 끝에 결국 나는 지쳐버리고 만다.

내일은 토요일인데 못 쉴 것 같다.



수선화 도안.jpg



keyword
이전 04화대학원생으로 살기 : 2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