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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기 : 4주차

대학원 생활에서 맛본 쓴맛

by 수잔


2025년 3월 31일,

이번 주에도 논문 발표가 있었다.

저번주에 발표 한번 해봤으니 신입생 티를 더 이상 내고 싶지 않았다.

면접을 N번 보고 학부시절 발표를 몇 번이나 했는데도

대학원 논문 발표를 앞둔 순간만큼은 엄청 떨렸다.

교수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셨고 팀원과 함께 앞으로 나갔다.

긴장하는 기색을 최대한 감추고 스크린 앞에 섰다.


발표를 시작했고 스크립트를 읽고 고개를 잠시 들었는데

맨 뒤에 앉은 학생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 뭐 말 잘못했나?'

내 유리멘탈에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순간 난 말을 더듬었다 '망했다'

실수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말을 버벅거렸다.

겉으로 은 아무렇지 않은 척 발표를 이어갔지만

속으로 엉엉 울었다.

이 날 나는 너무 신입생 같아버렸다.

프로페셔널한 대학원생이고 싶었는데...

발표 준비 정말 열심히 했던 모습들이 스쳐가며 내 멘탈은 와장창 깨져버렀다.


내 발표가 끝난 후 아까 실수한 것이 민망했는지

팀원과 교수님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부끄러운 마음을 최대한 숨기고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도 교수님께서 발표 잘해줬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다음 날,

긴장이 풀린 나머지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슬슬 나만의 연구주제도 찾아야 하고

교수님께 컨텍메일도 보내드려야 하는데

대학원에 기를 빼앗긴 느낌이었다.

슬슬 종강이 필요한 시기인 듯싶었다.


그다음 날도 수업이 없었기에 나에게는 황금 같은 날이었지만

몸이 축 늘어지고 잡생각이 가득해서 힘들었다.

대학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과정이 너무 부담되었던 것 같다.

내향형 인간에게 새로운 환경은 최악인지라

나 역시 대학원에서의 모든 일들이 버겁고 힘들기만 했다.






2025년 4월 4일,

수업 끝나고 대학원 동기와 커피 한잔 했다.

동기는 이미 교수님께 컨텍 메일을 보내 놓았고

저번에 면답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빨리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야 할 것만 같았다.


동기는 나보고 다른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얼른 교수님께 메일 보내라는 조언을 했다.

동기한테 뒤쳐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떨리는 손으로 컨텍 메일을 작성했다.


다음 주에 보낼 메일의 초안을 완성하자마자

또 긴장이 풀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날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4주 차에 접어들자마자 본격적인 대학원 생활이 시작된 느낌이다.

금융기관에서 잘만 일하던 자신만만한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새내기의 모습만이 보인다.



수선화 도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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