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 살기 : 6주차

나는 대문자 N이기에 걱정이 끝도 없다

by 수잔


지도교수님이 정해진 후 이제는 어엿한 대학원생이 된 느낌이다.

입학한 지 한 달 좀 지나서 바로 교수님께 컨텍메일을 보내는 건

보통 대학원생들에 비해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한다.

주변 동기들이 한둘씩 연구실이 정해지면서 나도 조급해진 것 같기도 하다.

이번 학기 신입생들의 속도가 좀 빠르게 느껴진다.

그만큼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명확하기 때문인 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저 매주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인공지능과 함께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게 다였다.


처음 대학원 입학을 결정했을 때

대학원에서 취준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동기는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고

다른 동기는 이미 논문을 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본 후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빨리 움직이고 싶어서 교수님께 컨텍메일을 보냈고

이번학기부터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내 조급함을 아시는 듯 교수님께서 나에게 이번 주 발표를 맡기셨다.

이번 주 내내 했던 일은 논문 보는 일이었다.




인공지능과 함께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피피티를 만들면서 긴장감은 커졌다.

학부시절 경제학을 전공했기에 상경계열 대학원에서

다른 동기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아직 신입생인지라 박사 연구생분들이 뭐라도 더 알려주려고 할 때마다

학부시절에 열심히 공부해 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더 잘하려 했고 더 빨리 이해하려 했다.

그래서인지 부담되기도 했다.


논문 발표 당일이 되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강의실 앞으로 걸어갔다.

대학원 면접 볼 때 계셨던 교수님의 수업이었기에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부담감이 더 컸다.


왜 N번의 면접을 봐도 N번의 면접 스터디를 거쳐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면 긴장되는 이유를 알려주실 분이 계시면 좋겠다.

긴장감에 말이 빨라질수록 속은 타들어갔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만큼 다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에 차지 않았다.

발표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며

발표하는 동안 내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말이 너무 빨랐을까. 혹시 뭐 잘못 말한 게 있을까.

걱정이 치밀어 괴로웠다.

교수님께서는 나한테 1학기냐고 물어보신 후

"준비 잘했고, 발표도 잘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나 정말 잘한 거 맞겠지?'

단순히 격려를 해주신 건지, 정말 잘해서 칭찬을 건네신 건지

집에 가는 길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내 MBTI에서 N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다.

그만큼 생각이 정말 많다.


그래서 그런가 논문 발표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내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를 않는다.


지도 교수님이 정해지면 대부분의 일이 다 풀릴 줄 알았는데

고민만 더 늘어버렸다.

이런 점이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단점이라 생각된다.

바로 '불확실함'이었다.


이번 주는 저번주와 달리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내 미래의 진로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던 날들이 많았다.

나와 같이 대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 잘하고 있는 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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