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 살기 : 14주차

시간과 강박에 쫓겨살았던 일주일

by 수잔



이번 주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기말 발표 기간이라 시간이 쫓기며 스스로를 혹사시킨 일주일.

발표는 마쳤지만 아직 페이퍼가 남아있다는 막막함에

나는 오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책상 위 노트북을 마주하고 있다.


갑자스러운 변덕에 연구 주제를 발표 일주일 전에 바꾸는 바람에

이번 주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저번주에 졸업한 대학교를 방문해서

잠시나마 힐링했던 그 찰나의 순간이 너무 그리웠다.


코드는 말을 듣지 않고 노트북 로딩 기간이 지속되는 순간

나는 스트레스와 일대일로 정면 승부룰 했다.

일주일 정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 지속된 끝에

겨우 기말 발표를 마치고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세상이 핑핑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방금까지 다루던 숫자들이 짜증 나게 아른거렸다.

이쯤 느끼는 데이터의 소중함.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가 아니었다.

구할 수 없는 데이터는 넘쳤고

내 머리의 용량은 꽉 차서 무언가 들어갈 틈이 없다.


좀 쉬려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내 옆에 나처럼 쓰러져 있는 폰을 집어 들었다.

SNS 속에서는 내 지인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황금 같은 주말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들이었다.


내가 왜 여기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비롯한 대학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연구 발표 기간만큼은 우리 SNS 하지 맙시다. 스스로를 위해서."





대학교 교수님 뵈러 갔을 때를 떠올리며

남아있는 힘을 끌어올리려 애를 썼다.


기초를 다진다는 긍정적인 마인드,

피드백을 많이 받겠다는 다짐,

대학원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나와의 싸움에 집중하라는 교수님의 말씀.


나는 다시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았다.


솔직히 과장 하나 없이 털어놓자면

난 일주일 동안 24시간 중에 20시간 노트북 작업을 했다.

다른 학생들한테서 피드백을 받고 고치는 과정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날이 잔뜩 선 피드백을 받는 게

괴로울 때가 있었다.

굳이 말을 꼭 저렇게 해야 하나 싶은 피드백.


게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않아서

일주일 만에 핼쑥해진 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 힘들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은 3시간 정도 낮잠 자고 휴식을 어느 정도 취한 후다.


오늘 발표가 끝났기에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었지만

이번 주에 있는 교수님 면담 때문에 데이터 정리를 해야만 한다.


이번 주에 유독 크게 느낀 바가 있다.

가지 말라고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학원도 그렇다.


바쁜 일상은 잡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 않아 감사하지만

이번 주는 바빠도 너무 바빴다.

잡생각을 하며 취준 하던 그때가 1분 정도 그리웠다.


종강하면 일주일 정도 쉬고 싶다.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원생분들,

일주일만 더 버티고 버팁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을 꼭 챙기는 거.

이번 주에 유독 몸이 허약해지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엔칸토 OST를 틀었다.

노래라도 틀어야 그나마 버틸만했다.


자, 다시 시작해 보자.





수선화 도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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