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으로 살기 : 19주차

벼락치기와 웃음

by 수잔


이번 주도 역시나였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분명 엊그제 종강한 것 같은데

어느새 다음 학기에 어떤 수업이 열리는지

강의계획서를 뒤적이며 미래의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번 주 연구 미팅을 위해 벼락치기하듯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사실이다.

연구 정신에 앞서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간 스터디도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구차한 핑계와 함께.


일이 터진 건 수요일 오후였다.

"이번 주에 중간 점검 한번 할까요?" 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동안 미뤄뒀던 데이터들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죄책감을 안겼다.

입학한 지 채 1년도 안된 주제에

특별한 일정도 없는 내가 교수님의 일정을 바꾸자고 하는 건

너무 건방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교수님께 거짓말 섞인 자신감을 급히 내뱉으며 노트북을 켰다.

역지스러운 연구 벼락치기에 대해 말하자

대학원생들은 함부로 따라 하면 안 된다.


벼락치기 연구의 하이라이트는 목요일 새벽 3시에 찾아왔다.

이게 무슨 일인지 급하게 돌린 데이터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를 보자 나는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사람이 급한 일들이 한꺼번에 닥치면 울음이 아니라 웃음이 나온다는 사실을

대학원에 들어와서 꺠달았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쓴 거지'

웃음 다음으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정 안되면 가설을 바꾸지 뭐!'

이제 황당한 아이디어까지 떠올랐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

또 한 번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교수님께서 갑자기 메일을 보내셨다.

"다음 학기부터 조교를 좀 맡아줄 수 있을까요?"


벼락치기로 연구를 진행한 것도 죄송스러운데

어리바리한 조교로서 수업을 보조하게 될 생각에

미리 죄송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학생들이 오히려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연구실 선배가 워낙 일을 똑 부러지게 잘했던 탓에

내가 비교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대학원생으로서 조교는 한번 이상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정성스럽게 메일에 회신했다.

어쩔 수 없다.

어리바리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학생들 앞에서 최대한 무표정으로 일관하기로 했다.

아직 7월인데 2학기가 벌써 두렵기 시작했다.


19주차의 교훈은 확실하다.

대학원생의 삶에서 벼락치기와 무계획은 결국 혼돈의 지름길이라는 것,

가장 절박한 순간에는 눈물 대신 웃음이 터지는 이상한 역설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다음 주만큼은 조금 덜 정신없는 한 주가 되길 바라며

오늘만큼은 조용히 걱정을 내려놓고 잠에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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