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 된 후 변한 내 모습
이번 주는 정말 '예민함'의 끝판왕을 찍었다.
월요일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작은 소리에도 몸이 바짝 긴장됐다.
사소한 한마디에도 괜히 부정적인 의미를 붙여 이해했고
심지어 과거의 사소한 일들까지 꺼내어 곱씹기 시작했다.
대학원 동기가 내 피드백 후 했던 말들부터
특히 지난 6월, 석사 1학기 재학 중이라는 내 말에
학부 복수전공 교수님과의 식사에서 들었던 질문 "그동안 뭐 했어?"라는 말은
아직까지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뭐 했지? 오늘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앞으로는 또 어떻게 해야 하지?'
예민해지면 늘 '왜?'라는 질문에 집착하는 내 습관이 있었지만
이번 주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흘려버렸을 소리에도
이제는 "방금 그 소리 뭐지? 왜 저렇게 크게 들리는 거지?" 하며
혼자서 예민한 탐정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로 내 예민함은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예민함이 극에 달하자 결국 나는 혼자 ‘인생네컷’을 찍으러 갔다.
작년의 나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순간일 것이다.
극 내향인이 혼자서 인생네컷을 찍으러 밖에 나오다니.
평소 나답지 못한 행동에 현실 자각 타임이 잠시 왔지만
이렇게까지 안 하면 예민함 속에서 익사할 것만 같았다.
혼자서 사진관에 들어서는 순간,
대학교 근처이기도 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아, 이 사람 혼자 찍으러 왔구나"라는
대학생들의 동정이 담긴 눈빛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절대 대학원 일상이 힘들어서가 아니라는 듯이
최대한 태연하고 여유로운 척을 하며 건물 안에 들어섰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렌즈를 통해 화면에 보이는 내 얼굴이 낯설었다.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일부러 웃긴 표정과 포즈를 지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고 나니 너무 어색한 표정에 씁쓸함이 크게 밀려왔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잘 나온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간 후
인생네컷을 책장 맨 위에 보관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삶의 문제들이 사진처럼 쉽게 정리되는 건 아니었다.
연구 미팅에서는 기대 이하의 결과에 교수님께 죄송함만 커졌고
스터디에서는 집중력 난조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영어 공부는 더 가관이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문장들 때문에 짜증이 치밀어
결국 책을 노트북에 집어던질 뻔했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나왔다.
난 영어를 18년 이상 공부한 사람이 분명한데
왜 뭔 소리인지 모르겠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화가 치밀었다.
대학원생이 되고 나서 달라진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조금 충격적이다.
예전보다 확실히 예민해졌고
자주 혼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됐으니까.
비록 혼자서 인생네컷을 찍으며 외롭게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도 어쩌면 사진 찍는 걸 즐길 줄도 아는 내 모습을 찾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 대학교 동아리 친구를 만나
그동안 쌓아둔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도 풀었다.
맥주 한잔과 함께 오고 간 대학생 시절의 추억들과
있는 대로 낮아진 내 자존감을 높여준 친구의 따뜻한 말들이
예민한 나를 조금이나마 억눌러 준 것 같았다.
이번 주에 약속을 잡았던 과거의 나를 칭찬해 주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덜 예민하고 덜 복잡한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