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면 좋겠다
이번 주는 극적인 서사가 있었다.
오랜만에 대학교 동아리 친구를 만나 맥주 한잔을 했다.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대학교 얘기로 시작해서
타로로 끝나곤 했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타로 보고 가자."
친구의 제안으로 타로 카페로 향했다.
나는 진로에 대한 심오한 고민을 쉽게 털어놓기가 어려운 나머지
'연애' 타로를 보기로 했다.
카드를 고르며 가볍게 보기 좋은 토픽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드 더미에서 몇 장을 뽑았다.
천사 날개를 펼친 카드, 하늘을 향해 검을 치켜든 장군, 눈을 가린 여인.
화려한 그림이 내 앞에 줄지어 앉았다.
이후에도 카드 몇 장을 더 뽑았다.
대학원에서 찌든 탓인지 연애 타로를 보면서 괜히 가슴이 콩닥거렸다.
결과는 ‘연상’, ‘학교’, ‘상처 많은 상대방’.
'어?'
마주칠 장소가 학교이고, 대학원생인 나한테 연상이라...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타로를 본 다음날은 하루 종일 몸살로 고생했다.
연구미팅, 영어공부, 스터디를 제외하고는
딱히 무리한 것 같지도 않은데 참 의문스러웠다.
한 번쯤은 아픈 몸으로 푹 쉬고 싶을 때가 있긴 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고 나니 빨리 컨디션이 좋아졌으면 싶었다.
솔직히 친구를 만난 날부터 몸이 안 좋긴 했다.
왜 난 내 컨디션 관리조차 하지 못할까.
다음 주 연구 미팅이 또 있어서 그것도 준비해야 하는데
매트릭스 위에서 일어나기가 너무 어렵다.
이래서 사람은 잘 먹고 다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가만히 누워서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지만
머리가 아픈 나머지 재밌는 것도 모르겠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인생은 작가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인생은?
힘겨운 재수생활이 끝난 후부터 대학교 졸업까지는
어느 정도 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계획과 인생의 흐름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난 지금 로스쿨을 졸업한 후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있어야 했다.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그게 내 계획이었으니까.
애니메이션을 괜히 틀었나 보다.
아픈데 생각도 많아지니 머리가 더 아파왔다.
쉽게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두통이 심해지자
난 애니메이션을 멈추고 태블릿을 덮어버렸다.
괜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내가 세워놓은 계획은 분명 완벽했기에.
몸살은 다다음날이 되어서 사라졌다.
난 연구 미팅 준비를 하며 또 다른 고민에 시달렸다.
'수강신청'
아, 이번 학기에는 또 뭘 들어야 할까?
학부 졸업 후 취업, 퇴사, 은행 생활, 그리고 대학원 진학까지...
고생한 만큼 이번 학기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과목 선택이 과도하게 신중해졌다.
지도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내가 뽑은 후보 과목을 비교하며 시간표를 짰다.
조교로 들어갈 강의 시간대를 피해 최대한 이상적인 시간표를 완성했다.
부디 이번 학기에는 내 뒤통수를 후려친 그 동기와 함께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며...
하지만 소름 끼치게 그 바람도 잠시
단톡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바로 그 '동기'였다.
"다들 이번에 수강신청할 과목 정하셨나요?"
난 절대 답장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