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한 건 내 의지일까, 내 불안일까
이번 주는 새벽 4시에야 겨우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늦게 자?"라고 묻지만
사실은 늦게 잔 게 아니라 늦게서야 겨우 잠든 것이었다.
불면은 선택이 아니라 패배였다.
개인 연구로 인공지능과 이번 주 내내 씨름하다가
내일을 위해 억지로라도 눕는 순간,
이상하게도 온갖 걱정이 몰려왔다.
그중 절반은 지난주에 본 토익 시험 성적이었다.
점수가 추락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 정말 영어공부 열심히 했는데.
성적표 숫자를 보는 순간, 마치 벽돌이 날아와 정수리를 강타한 듯했다.
분명 시험을 보고 있던 당시에 너무 쉽게 느꼈기에
나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마킹한 답안지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다.
공부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는 그 기분은
정말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 만큼 쓰라렸다.
걱정이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자기 전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틀어도
주인공은 죄다 20대 중반에 경제적으로 자립한 인간들이다.
어쩜 이렇게 다들 일이 16회 만에 잘 풀리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인생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고.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기도 한다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늘었다. 잠이 확 깨버렸다.
결론은 단 하나, 미치겠다.
연구 미팅 준비를 하다 보면 시간이 굉장히 잘 간다.
노트북 시간은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러다가 해 뜰 때 잠이 들 것 같아 후다닥 노트북을 덮고 눈을 붙였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 가까이 살아보니 이번 주는 정말 말 그대로 '생존기'였다.
그 와중에 영어 회화 학원 숙제까지 있었다. 주제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 쓰기’.
책상 옆에 휴지를 챙겨두고 우선 한글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미래의 나는 제발 이렇게 살지 않기를,
혹여나 박사 과정까지 밟은 뒤 취업 공백기로 무너지지 않기를.
가뜩이나 개인연구도 힘들어 죽겠는데
미래의 나에게 과거의 나로서 회고록 같은 편지를 써 내려갈 때마다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새벽에 울다가 잠들면 다음날에 컨디션 최악인데도
내 감정은 내일의 나를 배려하지를 않았다.
4시 이전에는 잠들어야 되는데 또 생각이 깊어질 것 같다.
큰일이다. 또 걱정이 생겨 버렸다.
교수님과 연구 미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진행하는데
이번 주는 너무 힘들었다.
교수님께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드려야 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와버린 건지 나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제발 대학원생들 중 친철한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지극히 정상이야. 다들 그래. 우리도 그렇고."
교수님이 저번주에 나한테 왜 휴가를 다녀오지 않은 건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어보신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정말 간절하게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나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