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난 마음

장미수정 귀걸이와 수선

by 수잔


장미수정은 감정의 치유와 자기애를 상징한다고 한다.
부서진 마음을 다독이고 스스로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그 말은
어쩐지 내 이야기를 닮아 있었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나는 너무 힘들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은 생각보다 버거웠고
정말 믿고 좋아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나는 내 안의 빛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억지로 괜찮은 척하며 팀플을 했고

애써 웃으며 동기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매일 같은 얼굴로 강의실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속은 점점 텅 비어갔다.

그런 나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온 건 여름방학 무렵이었다.


우연히 들른 작은 액세서리 가게에서
나는 분홍빛의 장미수정 귀걸이를 발견했다.

그때 나는 장미수정이라는 보석을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가느다란 은줄 끝에 수선화 모양의 은이 장미수정을 감싸고 있었다.
조용히 반짝이는 장미수정에 이끌려 나는 귀걸이를 샀다.

2학기 개강하면 귀걸이를 하고 다니기로 했다.

그날 이후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변하고 싶었다.

염색을 다시 하고, 옷 스타일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헬스장에 열심히 다니면서 운동도 좋아하게 되었다.

1학기 때 자신감 없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개강이 다가오자 내 마음의 두근거림이 커졌다.


2학기가 시작되던 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장미수정 귀걸이를 하고 학교에 갔다.

작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지닌 그 분홍빛 보석은

햇살을 받자 은은하게 반짝였다.

학교 앞에서 동기를 만났을 때

동기는 나를 보자마자 더 예뻐졌다며 칭찬을 건넸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따뜻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그 귀걸이를 하고 다녔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해서였다.
그 작은 빛이 나를 보호해 줄 것만 같았다.


대학 2학년이 되던 봄,
거울 속의 나는 조금 더 달라져 있었다.
예전보다 밝아진 눈빛,
조금은 더 단단해진 표정,
그리고 오래된 슬픔 대신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보였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7년 가까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나는 정말 행복했다.
강의가 끝나면 후련한 마음으로 자취방이 있는 오르막길을 올랐고

수업이 있는 날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거울을 보며 준비를 했다.

나는 이때가 인생에서 가장 예쁘고 찬란한 순간이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정작 그때는 몰랐다.

그 시간들이 얼마나 따뜻했고,
그 빛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그 시절의 장미수정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요즘도 그 귀걸이를 꺼내어 본다.
수선화와 장미수정이 나란히 달린

분홍빛과 노란빛이 어우러진 그 귀걸이.

21살의 찬란했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며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 시작한 내 모습을 추억한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언젠가 내가 다시 추억하게 될

예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채.


그리고 그때의 나처럼 지금의 나도 찬란하고 예쁜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기로 한다.

내 인생에서 순식간에 지나갈 사람들의 언행에 상처받지 않고

상처가 남긴 자리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시간을 나를 아끼는 데에 쓰기로 했다.
그 자리 위에 새로 피어나는 마음을 사랑하기로 했다.

지나간 상처와 말들에 매달리기보다,
하루하루를 조금 더 사랑스럽게,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기로.



장미수정의 빛처럼,
한때 부서졌던 마음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 또한

언젠가 내가 그리워할 행복의 한 장면이 될 것임을 알기에

나는 조용히 웃을 수 있다.





수선화 도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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