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3월부터는 런닝 소모임에 가입해서 매주 2~3회 정기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있다.
내가 소모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기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내 진의를 감출 필요도 없었고, 웃고 있는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하고 긴장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시덥잖은 농담을 하고, 함께 달리고, 함께 즐거워 한다.
나는 이게 너무 좋았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대단한 걸 한 것이 아니고 엄청나게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일상을 보내고 있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 일종의 직업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말이다.
변호사는 일을 하는 거의 매 순간 기싸움을 한다. 특히 소송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에는 어떻게 내 진의를 숨길 것인지(주로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이다), 서면을 쓸 때에는 어떤 단어와 표현을 고를 것인지, 대화에 임하는 태도, 말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이 모두 기싸움의 대상이 된다.
이것은 매우 많은 정신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좋은 이야기일 수가 없다. 대부분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고 헐뜯는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 상대방과 통화할 일이 있으면 마치 장기나 체스를 두듯이 서로 치열하게 머리를 굴려가며 대화를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스트레스를 분출할 배출구를 마련해놓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시도한 것이 러닝 소모임에 가입해서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꽤 유효하다. 달리는 것은 신나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즐겁다. 기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