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초반, 누군가는 어리다고, 누군가는 많다고 하는 나이이다. 하지만 20대 때와 달리 30이라는 분기점에서 나의 위치를 파악해 보니 어느새 친구들 간의 격차는 매우 커져있었다. 젊은 CEO가 되어 호화로운 삶을 사는 친구도 있고 결혼을 하고 애가 유치원인 친구도 있다. 반면 나는 딱히 좋은 경력도, 스펙도 없이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중이었다.
재활트레이너, 스포츠마사지사를 하다가 최근에는 페인트, 상하차, 잡부 등 완전히 몸 쓰는 일쪽에 기웃거렸고 그마저도 하나 배워갈 때쯤 때려치우고 옮겨 다니기를 반복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일을 우선 때려치고 노트북을 켜고 구인 사이트를 접속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게임 원화가, 웹툰 작가' 높은 연봉에 스펙도 필요 없고 오로지 그림만 가져오라는 조건이었다. 좋아했던 운동은 접은 지 오래였고, 내 취미라곤 딱 2개, 게임과 그림 그리기 뿐이었다. 그림은 배워본 적 없이 혼자 책을 보며 게임이 질릴 때쯤 한 번씩 소묘를 했었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신입으로 들어가기 무척 애매한 나이긴 했지만 그나마 고를 수 있는 선택지였다.
나는 이곳저곳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일단 먼저 부딪혀보는 습관이 있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 이 습관이 무조건 나쁜 점만 있진 않았다. 예체능 학원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2년 정도 학원은 다닐 수 있는 자금은 있었다. 내일이면 의지가 식을 나를 잘 알기에, 그나마 큰 학원에 예약을 미리 눌러놓고 마음에 별로 안 들어도 일단 등록하자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