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한방병원 실습 첫 날 -1

병원 실습

by 아로미

3월 중순, D한방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실습을 시작하였다.

B간호조무사 학원으로부터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까지 실습 하는 것으로 안내 받았다.

역산해 보니 4개월 하고 반을 지나는 8월 초가 되면 간호조무사 실습 780시간을 채우게 된다.

실습하게 된 D한방병원을 하루 전 운전해서 미리 가보았다.


총 5층 건물인데 3층과 5층이 병원이고 4층에는 볼링장이 있었다.


1층은 공실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어 스산해 보였다.




<오전 8시 40분>


B간호조무사 학원 원장님께서 첫인상이 중요하기에 첫 날만 오전 8시 40분 까지 실습 병원에 도착해 달라고 하여 부지런히 갔다.

접수와 수납 창구가 있는 5층의 자동문 버튼을 누르니 흰색 옷을 입으신 간호부장님께서 나를 알아보았다.

“실습생?”


“네, 안녕하세요? 유니폼 갈아입고 올게요.”

“탈의실은 여기고 사물함은 이거 쓰면 돼요.”

“감사합니다.”


유니폼인 군청색 실습복으로 갈아 입은 후, 간호부장님의 말끝이 짧은 질문 폭격이 시작되었다.

“몇 살?”


“39살입니다. 87년생이예요.”


“우리 아이가 90년생인데 비슷하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네.”


“결혼은 했고?”

“아니요...”


“그럼, 잘 됐네.”

(훗날 알게 되었다. 결혼 하지 않은 걸 왜 반기셨는지. 주말에도 환자가 많으면 불러댔다.)

“원래 무슨 일 했어?”

“사회복지사요.”

“힘든 일했네. 난 간호부장이고 핸드폰 번호 저장해 놔.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면 되고, 내가 원장님 이모야.”


“원장님은 주로 9시 30분쯤 출근하는데 인사 잘 안 받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인사하면 돼.”

“아...네.”

“이름이 뭐야?”

“편하게 지영이라고 부를게.”

(처음 만나면 이름부터 물어보지 않나...? 이제야 이름을 물어보시네.)

“실습일지 가져왔지? 여기다가 놓고 매일 기록하면 내가 시간 날 때 싸인해 줄게.”

“B간호조무사 학원 원장님께 듣기로는 힘든 일 시키지 말라고 해서 원무과 일 주로 시키려고 하는데 바쁘면 치료실 들어갈 수 있고”


“네, 사실 제가 유방암 환자여서요.”


“난 6개월 전에 위암 수술했어, 여기 와서 관리 받으면 되겠네.”

“실비 보험은 있어?”

“네, 있는데 지금은 면책기간이라 입원을 못해요.”


호구조사가 끝나니 이젠 내가 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병원에 입원하라며 영업을 시작한다.

“여기가 1인실 중에서 VIP 병실, 밖에도 잘 보이고 엄청 넓지. 면책 끝나면 입원해,


학원 가야해서 외출해야 되는 거 봐줄 테니까, 원장님께도 말해 놓을게.”

“이제 원장님 오실 때 됐으니까 올라가자.”



<오전 9시 30분>

“안녕하세요?”


간호부장님께 들었던 대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남자 원장님은 방으로 들어가셨다.


접수와 수납 업무를 하는 원무과 직원은 한 명인데 10시에 출근하여 오후 8시 까지 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직원이 출근하기 전인 9시부터 10시까지는 나와 간호부장님 둘이서 원무과를 지켜야 했다.

간호부장님은 60대로 독수리 타법으로 환자 이름을 찾아 접수하고


나는 옆에서 환자의 차트번호를 모니터에서 본 후 꽂혀 있는 종이 차트를 빼왔다.


아직도 종이 차트를 쓰는 곳이 있다니...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가끔 차트번호가 엉뚱한데 꽂혀있으면 전 직원이 달라붙어서 찾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니 이런 껄끄러운 일은 실습생인 내 몫이었다.


번호에 맞게 종이 차트를 잘 넣었는지 두 번씩 확인하여 실수를 줄이고자 했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차트번호를 잘 못 꽂았을 때는 엄청 혼이났다.




<오전 9시 40분>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남자 원장님이 대표원장이고 여자 원장님도 계셨다.

70세 정도 보이시는 걸음걸이가 느린 밖에서 마주치면 영락없는 할머니 포스였다.


“주사 놓을 줄 알아요?”

“아니요.”


“내가 가르쳐 줄게요, 주사는 정맥주사와 근육주사가 있는데 우리 간호사들도 혈관을 잘 못 찾아서 내가 알려줬어요. 다음에 내 팔에 주사 실습해 봐요.”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이가 연로하셔서 혈관에 제대로 바늘을 놓지 못해 잘 못 되시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되어 주사 실습 대상이 필요했으나 사양했다.

이후로도 두어번 본인 팔에 주사를 놓아보라고 하였지만 말씀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학원에 가서 배우겠다고 돌려 말하였다.



<오전 10시>


원무과 직원이 출근했고 나는 옆에 앉았다.


“제 옆에서 일하는 거 도와주시면 되고 핸드폰 봐도 돼요.”


실습 첫 날이라 얼어 있던 내게 그녀는 따스한 사람이었다.


나보다 세 살 어리고 대학에서 보건계열을 전공하였다고 하였다.

3년 간 Y프랜차이즈 카페 사장이었는데 말아 먹고 지금 여기 온 지 6개월째라고 하였다.



<오후 12시, 점심시간>


오전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순삭이었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한방병원은 밥이 맛있다고 하여 기대를 하며 식당에 갔는데 학교에서 먹던 급식 수준이었다.


그리고 식당 안은 자리가 많지 않아 나이가 어린 나와 원무과 직원은 복도에 놓여있는 식탁에서 밥을 먹어야했다.


심지어 의자도 곧 주저 앉을 것처럼 삐그덕 거렸다.


원무과 그녀는 깨작거리며 10분 만에 밥을 다 먹었고 나도 속도를 맞췄다.


점심을 다 먹은 후, 내가 말을 건넸다.


“차 한 잔 하실래요?”


“여긴 카페가 없는데 옆에 편의점이라도 괜찮으시면”


“그래요, 제가 살게요.”


아직은 바람이 찬 3월 중순,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D한방병원 뒷담화와 함께 그녀가 곧 그만 둘 거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범한 곳은 아닌 거 같은 느낌... 여기서 병원실습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 2편에서 계속 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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