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수업
B간호조무사 학원에서 이론 수업을 들은 지 한 달 하고도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학원 등록할 때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론 수업을 많이 못 듣고 실습을 나가야하니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병원에 도움이 되긴 할지 모든 것이 걱정스러웠다.
실습이 끝난 후 다시 학원으로 돌아와 나머지 이론 수업을 4개월 정도 더 들어야 끝이 난다.
오늘은 병원실습 나가기 전 <오리엔테이션> 날이다.
오전에는 실습병원을 선정하고 오후에는 바이탈 체크라 불리는 혈압과 체온 재는 법과 대망의 주사 모형 실습이 기다리고 있다.
<오전>
“다음주부터 간호조무사 실습을 나가셔야 하는데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추천하는 곳은 정형외과 또는 산부인과예요.”
“정형외과는 응급환자를 볼 수 있으니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할 수 있고 산부인과는 주사가 많아서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을겁니다.”
“대신 배울 게 많다는 것은 그 만큼 힘들다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마음속에 원하는 병원이 있으실텐데 서로 가고자 하는 인기가 많은 곳은 공정하게 가위,바위,보로 결정할게요.”
“실습은 총 780시간으로 점심시간도 실습시간으로 인정해 주어서 아침9시 부터 오후5시 까지 하게 될 경우 8시간을 인정해 줍니다.”
“병원급에서 780시간을 다 채우셔도 되고 병원급에서 400시간 채우시고 나머지 380시간은 의원급에서 하셔도 되세요.”
“큰병원과 동네 병원인 의원 모두 경험해 보시고 나에게 맞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니 두 군데 모두 하는 것도 추천드려요.”
원장님께서 화이트보드에 천안시내 지도를 그린 후, 동별로 병원이름을 적으시면서 병원에 대한 짤막한 코멘트를 해주셨다.
“우선 저희 B간호조무사 학원이 있는 불당동에 병원이 가장 많이 있어요.”
“A성형외과는 실습생 2명 뽑고 조기취업 할 경우 실습 400시간을 인정해 주는데 저는 추천 드리지 않아요.”
“만약 간호조무사 시험에 떨어졌을 경우 최소 6개월을 준비해야하니 자격증 취득하는 방향으로 계획하셨으면 좋겠어요.”
“B정형외과는 실습생 5명 뽑고 입원실은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느 부서에서 일할지는 병원 간호부장님과 간단한 인터뷰 후 배치된다고 하니 지금은 알 수가 없네요.”
“규모가 큰 병원인만큼 환자가 많다는 것은 알고 가셔야 하고요, 대신 교통비가 나오고 밥이 맛있다고 우리학원 출신 실습생이 말해주었어요.”
“C소아과는 가시겠다고 하면 말리지 않겠어요, 실습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셨고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부모님들 극성에 실습 중에도 돈을 주지만 일주일 만에 다 뛰쳐나옵니다.”
“D한방병원은 실습생 1명 뽑고 생긴 지 1년 정도 되어서 시설이 깔끔해요, 제가 한 번 가봤는데 아직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라 환자는 많지 않아요.”
“원장님이 좀 특이하신데 사람 눈을 잘 안 쳐다보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어떻게 환자분들이랑 상담하고 진료를 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족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원장님 이모분이 간호부장이신데 말이 많긴 하지만 그거 빼곤 무난하게 실습할 수 있는 병원으로 보여요.”
“한방병원은 나이롱 환자로 불리는 교통사고 환자 비중이 높아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게 많아서 실습하는 동안 배우는 것은 별로 없어요.”
30개 병원이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채워졌고 2순위까지 얘기해 달라고 하셨다.
드물게 치과에서도 간호조무사가 근무할 수 있는데 딱 1명이 치과로 실습지를 희망하였다.
아마도 가족이나 친척이 치과를 해서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후 치과에서 일하려고 하나보다 추측하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힘들어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충만하여 산부인과, 정형외과에 서로 가고 싶다고 하였다.
그 속에 난 포함되지 않았다.
고작 한 달 반 학원에서 엉덩이 붙이고 월,화,수,목,금 수업 듣는 것만으로도 내 체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병원 실습 오티 전 학원 원장님과 상의하여 D한방병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내 차례가 되었고, D한방병원을 가고 싶다고 말하니 학생들은 의아해 하며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유방암 환자인것을 학원 원장님만 알고 있고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데 배울 것 없다는 한방병원을 가겠다고 하니 이상하겠지 싶었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시선을 화이트보드에 고정한 채 얼른 내 차례가 끝나길 바랐다.
쉬는시간이 되었고 병원 실습생을 뽑는 곳보다 지원자가 많은 곳은 가위,바위,보 하여 희비가 엇갈렸다.
다른 한쪽에서는 나처럼 경쟁자 없이 실습생 1명만 뽑는 곳에 지원한 사람들은 실습복을 입어보았다.
병원에 다니면 의사든 간호사든 간호조무사든 유니폼을 입는데 여기에도 유행이 있다.
예전엔 회색이 대세였다면 요즘은 군청색이 대세이다.
병원에 갔을 때 간호조무사 유니폼 색상을 한 번 보시길^^
여기에 발 맞춰 B간호조무사 학원도 위, 아래 군청색으로 되어있었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빵빵하여 추울 수 있기에 도톰한 흰색 가디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장님께서 주신 M사이즈를 받아들고 실습복으로 갈아입고 나와 전신 거울 앞에 섰다.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바지 기장 줄 일 필요도 없이 지금 딱 잘 어울리네요.”
“아하...네...^^;”
실습병원이 결정되고 유니폼을 입으니 벌써 간호조무사 된 거 같았다.
한방병원에서 실습하니 남들보다 배우는 게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오자고 다짐하였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