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수업
오늘은 병원실습 나가기 전 <오리엔테이션>
오전에는 실습병원 선정을 마쳤다.
오후에는 바이탈 체크라 불리는 혈압과 체온 재는 법, 그리고 대망의 주사 모형 실습이 기다리고 있다.
<오후>
병원실습 나가기 전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선생님의 시범이 잘 보이는 앞자리에 앉으려고 다들 점심을 후다닥 먹고 자리를 찜하였다.
난 자리를 정하지 못한 채 복도를 서성거렸다.
천안 S대학병원 간호사 출신 선생님께서 실습준비를 하고자 프린트를 뽑고 있었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학원 원장님께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유방암 환자여서 오른쪽 팔은 채혈도 못하고 혈압도 못 재요.”
“저랑 짝궁이 되어 실습하는 사람은 왼쪽팔에만 혈압을 재야 하니 불공평 할 거 같아서요.”
“걱정 마세요~ 돌아다니면서 실습할거예요.”
“아... 네.”
“유방암 인 거 말할 필요 없어요, 그냥 오른쪽 팔을 다쳐서 왼쪽만 혈압 잴 수 있다고 말하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선생님은 쿨 하셨다.
아무래도 천안 S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암환자를 많이 보았기에 이해 받고 배려 받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B간호조무사 학원 내 실습실에 50명의 학생이 꽉 채워서 앉아있다.
나는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 후 들어가서 맨 뒷줄에 앉게 되었다.
아직은 추위가 좀 남아있는 4월이지만 실습을 위해 공지한 대로 반팔을 입고 왔다.
<체온>
간편하면서 많이 쓰이는 ‘고막체온계’ 로 실습하였다.
측정부위를 알콜솜으로 닦은 후, 귀를 살짝 위로 잡아당겨 적외선 센서를 고막에 가깝게 대어 측정하는 것이었다.
체온 재는 것은 나를 포함하여 다들 어려움 없이 2~3번 하니 마스터 하였다.
생각해보니 유방암 수술 후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은 겨드랑이에 넣고 팔을 붙여 밀착시켜서 재는 ‘액와체온계’를 사용했었다.
<혈압>
요즘은 혈압측정계가 잘 나와 있어서 자동을 선호하지만 정확성은 떨어지기에 대학병원은 여전히 수동 혈압측정계를 사용하고 있다.
간호사를 꿈꾸며 실습 나온 대학생들이 혈압, 체온, 맥박 3종 세트를 매일 3번씩 재러 왔었다.
전문적으로 공부한 간호사 실습생들에게도 수동 혈압 측정 수치는 들쭉 날쭉으로 사람의 손을 많이 탔다.
수동 혈압계는 공기를 주입한 뒤 천천히 빼며 청진기로 처음 들리는 소리인 수축기와 소리가 사라지는 지점인 이완기를 잡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선생님의 시범을 보고는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몇 번 반복해도 쉽지 않았다.
천천히 공기를 빼야하는데 한 번에 너무 많이 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
처음 소리는 들렸는데 사라지는 때는 언제 인지 몰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
다들 버벅거리니 선생님께서는 간호조무사 병원실습을 나가서 수동 혈압측정계를 사용하는 곳은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아니면 해 볼 기회가 없을 거라며 원리만 이해하고 가라는 의미에서 준비했다고 하셨다.
나머지 시간에는 쉽게 할 수 있는 자동 혈압측정계로 실습하였다.
<주사>
각기 다른 형태의 주사 바늘과 게이지(굵기)가 다른 바늘을 5명 당 하나씩 세팅해 주어서
맨 뒷자리에 앉았지만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며 수업을 따라갔다.
게이지 숫자가 높을수록 반대로 바늘은 얇은 것이었다.
즉, 25게이지 보다 23게이지가 주사 바늘이 두꺼운 것이다.
“25게이지 주사기에 10ml 용량을 넣어보세요.”
“23게이지 주사기에서 10ml 용량을 빼보세요.”
용량에 대한 실습을 마친 후, 엉덩이 주사 실습을 하였다.
엉덩이에 주사 놓는 것을 근육주사라고 하는데 잘못된 위치에 접종하였을 경우
좌골신경을 건드릴 수 있기에 엉덩이를 4등분 하였을 경우 왼쪽 윗부분에 놓는다고 알려주셨다.
안전하게 주사기에서 바늘은 뺀 채 옷 위에 엉덩이 주사를 놓았는데 솔직히 제대로 했는지 잘 모르겠다.
손은 큰데 주사기는 작고 주사기를 처음 만져보니 다들 어설펐다.
하나 집에 가져가서 해보고 싶었는데 모두 반납하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주사의 꽃이라 불리면서 가장 어렵다고 하는 정맥주사 실습시간이 되었다.
이것 또한 모형 팔이 팀 마다 준비되어 있었다.
고무 밴드 묶는 법과 혈관 찾는 법을 알려주신 후 앞에 놓인 모형 팔에 바늘을 찔러보았다.
제대로 주사바늘이 들어가서 모형 팔에 초록색 불빛이 들어온다면 참 좋을텐데 그렇지 않아서 선생님께서 돌아다니시면서 코칭해 주셨다.
나의 경우에는 주사바늘을 조금 들어서 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병원실습 전 B간호조무사 학원에서의 실습 오티가 끝났다.
직접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좀 싱거운 실습이었다.
물론 병원실습을 나가서도 우리 같은 실습생이 직접 주사를 놓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무게감이 느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