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실습
3월 중순
천안에 위치한 D한방병원 간호조무사 실습 첫 날
<오후 12시 20분, 편의점>
점심식사를 마치고 음료를 마시는데 원무과에서 일하는 그녀가 곧 그만 둘 거 라고 말했다.
“오늘 처음 본 내게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원무과 소속으로 혼자 일하다 보니
내 편이 없어서 병원에서 본인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워 보였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조용히 퇴사를 선택한 듯 싶었다.
같은 직원의 신분이었다면 그녀의 퇴사를 한 번쯤 말렸을텐데 난 실습생 나부랭이
따스한 그녀가 떠난다고 하니 마음속으로 아쉽긴 했지만 그녀의 퇴사를 축하해 주었다.
<오후 1시, 병원>
이곳 D한방병원은 365일, 24시간 문이 열려있다.
이 말은 매일 매일 점심시간 없이 진료를 한다.
원무과 그녀와 차 마시고 온 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일주일 쯤 지나서 부터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나 혼자서 원무과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업무를 습득하였다.
간호부장님, 원무과 그녀, 나 셋이서 점심교대를 했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이 얼른 밥을 먹고 짬을 내 침을 맞으러 오는 고정 환자분들로 응대가 어렵지 않았다.
소중한 점심시간을 쪼개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는 직장인들이 안타까웠다.
접수를 빨리하여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원장님은 환자들이 없는 틈에 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차려 놓은 밥을 급히 드셨다.
그러다 환자가 오면 식사는 뒤로 밀린 채 벌떡 일어나 진료를 보러 가셨다.
원장님은 천안에서 10년 간 한의원을 하다 최근에 한방병원을 차렸는데 빚을 내서 개원하다 보니 마이너스 통장을 메꾸고자 애를 쓰고 계셨다.
한 여름에도 에어컨 온도를 25도 이하로 내리지 않아 유니폼과 함께 준 긴팔 가디건은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볼펜에 내 이름을 써 놓았는데 만약 잃어버리면 내게 똑같은 볼펜으로 사오라고 하기도 했고
화장실과 복도 불을 계속 끄고 다니신 짠돌이 원장님이셨다.
<오후 3시>
개원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이 병원은 아직 입소문이 나지 않아 하루에 환자가 많으면 50명 정도로 바쁜편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간호부장님은 내가 유방암 환자인 걸 알고 안마침대에 가서 20분 정도 쉬고 오라고 하였다.
난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들여 묶었던 머리를 풀고 눈을 감은 채 안마침대의 진동과 한 몸이 되었다.
설정해 놓은 타이머의 알림이 울렸고 몸을 일으켜 머리를 묶고 신발을 신으려 하는데 간호조무사 선생님이 내게 다가왔다.
“쉬라고 하니 진짜 쉬면 어떡해요? 치료실 들어와서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
“죄송합니다. 내일 부터는 환자가 많지 않을 때 치료실에 들어가서 배울게요.”
내가 유방암 환자로 간호부장님께서 배려해줘서 쉬었다는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오후 4시>
새로운 직원이 출근하고 아침 9시부터 근무한 직원이 바통을 이어 받아 퇴근한다.
정확히 말하면 8시간 근무자가 아니기에 직원이 아닌 알바생들이었다.
정직원은 간호사분들과 원무과 그녀였고 간호조무사는 모두 파트타임으로 고용되어 있었다.
원장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도 병원에 출동했다.
여기에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품에 안고서
“위생이 중요한 병원에 강아지를 데리고 오다니...”
<오후 5시>
퇴근시간이다.
현직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분들은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 하는데
외부 세균이 묻어 환자에게 감염이 될 수 있기에 원칙적으로 출퇴근 시 유니폼 입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난 실습생이기에 탈의실에서 실습복을 항상 갈아입다가 6월이 되어서는 출근할 때만 유니폼을 입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오후 5시 30분, 집 도착>
간호조무사 병원 실습 첫 날이라 긴장한 것도 있지만
8시간 동안 입고 있는 유니폼은 사이즈가 여유 있음에도 신축성이 없어 불편했다.
씻을 힘조차 없어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1시간 쯤 지났을까?
뒤늦게 씻고 저녁밥을 지어서 먹었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내가 실습하는 병원이 편한 축에 속한다고 했는데 적응하면 괜찮아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