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1월 27일 | 여전히 기다린다

Sabbatical Journey 25년 11월 27일

by 꿈꾸는 미래

“여보, 연락 왔어요?” 오늘도 아내의 첫 질문은 변함없었다. 아이들을 돌보고 집을 꾸리는 그녀가 누구보다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사실 나도 그렇다. 연말이 성큼 다가오는데, 우리는 아직도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른다.


해외 대학에 연락한 지 2~3주가 지났지만, 이제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무언가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슴을 누른다. 그리고 문득 성경 속 노아가 떠오른다.


“너는 고페르 나무로 너를 위하여 방주를 만들되…” (창세기 6:13–14)


노아는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주를 지었다고 한다. 그에게 내려진 명령은 ‘그럴듯한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닷가도 아닌 산 위에서, 익숙한 ‘배’가 아닌 ‘방주’를 그 긴 세월 동안 짓는다. 사람들 눈엔 도리어 엉뚱한 고집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때로 하나님은 사람의 상식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말씀하신다. 그분의 계획은 너무 넓고 깊어서, 사람이 온전히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말씀 앞에 묵묵히 순종할 수 있었던 노아를 보면, 그가 평소에 얼마나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가지고 깊은 소통을 해오던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 믿음 그리고 친밀함이다. 그래야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그 미세한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을 테니까. 귀한 것을 담으려면 먼저 그릇이 깨끗해야 한다(딤후 2:21). 불평 대신 감사, 회피 대신 직면, 조급함 대신 인내가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멈춰야 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애써 괴로워하지 말자. 닫힌 문 앞에서 소리 지르지 말자. 어딘가 분명 열린 문이 있을 것이다. 그 문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를 구하자. 그리고 기다리자.


노아가 결론을 보기까지 백 년을 기다렸 듯, 나도 여전히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믿음은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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