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기장, 학생들의 경기장은 어디일까?
D-34 |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던 중, 몇 달 전 제출했던 과제 심사 결과에 대한 메시지를 받았다. 잠시 망설였다. 지금 바로 확인할까, 아니면 하던 일을 끝낸 뒤에 확인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손이 먼저 움직였다. 시스템에 접속해 몇 번 클릭하니 결과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탈락.’ 순간 창을 닫았다.
다시 정신을 다잡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자판을 두드렸다. 슬픈 감정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하는 동안, 머리로는 여전히 하던 계산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감정과 이성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곧 온몸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고, 이 여운은 며칠간 남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실패한 후 느끼는 감정과 반응은 어릴 때에도 지금도 똑같다. 함께 애써주신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고, 또 다른 교수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번에도 세상은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하며 가볍게 넘겨야 할까. 아니면 나는 내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뛰고 있었던 걸까. 나의 경기장은 어디일까?
한 달 후, 나는 실리콘 밸리 땅을 밟고 있을 것이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순간을 맞이할까.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The right man is the one who seizes the moment.” 나도 기대해 본다. 기회가 주어지고, 그 순간을 붙잡는 것이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 학생들의 경기장은 어디일까? 나와 학생들이 가장 잘 뛸 수 있는 경기장을 찾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