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농업, 햇빛으로 이어지다.
파주 햇빛장

-- 농부와 시민이 함께 해답을 찾는 작은 실험실

by 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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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를 맞는 파주의 ‘햇빛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 먹거리 자립이라는 거대한 질문을 작고 따뜻한 현장으로 옮겨온 시도다. 매달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 인근에서 열리는 이 장터에는 지역 농부 20여 팀과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특히 6월에는 ‘쌈장 – 다름을 쌈하면’이라는 주제를 통해, 농과 예술, 시민과 먹거리를 다채롭게 포개는 시간을 만들어간다.


지역 먹거리와 에너지 자립을 잇는 ‘예술 농부 장터’

국내에도 많은 농부장터가 있지만,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열리는 햇빛장은 색다르다. 느긋하고, 정겹고, 멋스럽다. 조금은 느린 듯이 흘러가는 이곳은 소규모 판로를 준비하는 소농들에게 유통 이전의 ‘전초전’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지역 시민과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농은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팔 곳이 없습니다. 농업을 선택한 소농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거래의 장소가 아닌 연습과 응원의 무대입니다. 햇빛장에서 연습을 하고 난 후에는 다른 농부장터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곳이야말로 직거래 사관학교입니다.”


2507우프2.JPG 천호균 우프코리아 이사장이 햇빛장에서 함께 했다.

천호균 우프코리아 이사장은 소농들을 응원하는 농민 장터가 바로 햇빛장이라 강조한다. 햇빛장에는 농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지역 작가들이 농부 한 팀씩을 ‘응원’하며 함께 구성한 부스는, 농산물과 예술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색적 풍경을 만든다.


햇빛장의 또 다른 특별함은 ‘재생에너지’에 있다. 파주햇빛발전협동조합과 협력해, 태양광으로 고구마를 굽고, 음악을 틀고, 마이크를 작동시킨다. ‘햇빛 DJ’는 장터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태양광 음향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시민들은 농부가 구운 고구마를 손에 들고 리듬에 맞춰 걷는다. 이처럼 햇빛으로 구워지고, 들리고, 이어지는 장터는 탄소중립의 상징이자, ‘진짜 자립’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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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장에는 정말 햇빛이 있다. 태양광으로 음악을 틀고, 마이크를 작동 시키고, 고구마를 굽는다. 또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작은 북 코너도 운영되고 있다.


장터에는 책도 있다. “농부시장은 몸의 양식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의 양식도 있다”라는 취지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북 코너도 운영된다. 장터에서 만난 농부의 목소리, 그 옆에 놓인 작은 문장들,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이 모든 것이 햇빛장의 풍경이다. 햇빛장 운영진은 “언더그라운드처럼 자유롭고 밀착된 시장, 농부가 존중받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한다. “기존의 유통 구조, 조직화된 장터에 한계를 느낀 농부들이 햇빛장에 오면 다시 숨을 쉰다. 우리가 지향하는 건 독점이 아니라 공유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천연기념물 연산오계를 선보인 이승숙 지산농원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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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햇빛장에는 우프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숙 지산농원 대표도 참석했다. 이 호스트는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265호 ‘연산오계’를 햇빛장에 선보였다.

“전체적으로 새까맣고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인 연산오계는 2013년 국제슬로푸드협회 생물다양성재단의 종 보전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습니다. 야생성도 강하고 예민해서 사육이 쉽지 않으며, 사육 기간도 일반 닭의 5배나 됩니다.”


2507우프4-1.jpg 전체적으로 새까맣고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인 연산오계(사진 출처: 우프코리아)


연산오계 종 보존을 위해 이승숙 호스트가 들인 노력과 땀은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상업목적으로 닭을 기르지 않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방목하며 곡물 사료보다는 풀이나 녹차, 홍삼박 등의 조사료를 준비해 정성으로 키우고 있다. 이렇게 천연기념물인 연산오계를 키우는 그를 많은 이들은 ‘계모’라 불리며 응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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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장에서 선보인 연산오계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우퍼들이 많습니다. 찾아온 우퍼들에게 자랑스럽고 멋진 연산오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산농원을 찾아오는 우퍼들과의 교류, 햇빛장과 같은 직거래 장터에 참가하는 것이 무척이나 행복한 일입니다.”

이 호스트는 자신을 찾아오는 우퍼들, 그리고 햇빛장에 찾아온 소비자들이 연산오계를 지키는 일에 든든한 후원자와 응원자가 되어 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와 지역 소멸, 먹거리 불안이 교차하는 시대. 햇빛장은 농부와 시민이 함께 해답을 찾는 작은 실험실이자, 따뜻한 연대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것은 단지 채소만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신뢰, 땅을 향한 책임, 그리고 햇빛이 품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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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프코리아(https://wwoo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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