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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May 08. 2018

취업만큼 까다로운 퇴직: 3개월의 인수인계 기간

독일에서 석사 공부를 시작했을 때 무슨 배짱이었는지는 몰라도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독일에서 취업했을 때 '퇴직'이라는 단어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이직활동이 활발한 곳이기 때문에 언젠가 이직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어렴풋이 했었다. 실제로 이직하는 동료들도 많았고 그들을 통해 한국에서 막연히 독일 취업을 동경하고 있었을 때는 몰랐던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퇴직을 하려면 최소 3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의 직장을 그만 둘 경우 직급과 노동계약 조건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나 대체로 1개월 정도를 노티스 기간으로 본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의 독일회사에서는 퇴직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후 최소 3개월을 더 근무해야 한다.


수습기간을 주로 6개월 정도 가지는데, 이 수습기간 내에는 고용주 혹은 피고용주 측의 요청에 의해 즉각적으로 노동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고 permanent position으로 바뀌면 퇴직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일반적으로 3개월이며, 분기(Quarter)까지 계약조건에 들어가 있을 경우 6개월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상급 매너지 혹은 특수한 기술을 보유한 경우에 6개월을 노티스 기간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다. 노동계약을 파기해야 할 특수한 경우 - 범법행위, 회사와의 소송 등- 그 계약이 즉시 파기되기도 하고, 회사와의 합의 하에 이 기간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추가적으로 머무르는 3개월에서 6개월 동안은 적극적으로 새 업무를 맡을 수 없다. 고용주와 피고용주 모두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계약을 존중하고 따르는 문화로 인해 이 기간을 대부분 지키는 편이다.


독일에서는 한 달을 근무하면 2일 ~ 2.5일의 휴가일수가 발생하므로, 이직을 결심한 사람들은 휴가를 쓰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3개월의 마지막 달에 한꺼번에 몰아 쓰는 편이다.





독일회사에는 퇴직금이 없다.

3년 남짓 근무했던 한국 회사를 퇴직하고 받았던 퇴직금은 석사 공부 시절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 돈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비상시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보험이 되기도 했다. 금액 역시 결코 적지 않았다.

너무나 순진하게도 독일에서 취업을 해야겠다 생각했을 때 퇴직금까지는 생각 못했나 보다. 몇 년을 근무했든 독일 회사는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황당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이 곳의 룰이다. 그래서 이직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모른다. 회사 동료들에게 한국의 퇴직금에 대해 설명해주자 그들은 깜짝 놀라면서 그 문화를 신기해하며 오히려 내게 되물어왔다.



독일에서 퇴직금이 없을 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세율 때문일지 모른다.

이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다. 현재 나는 한국의 세율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높은 세금을 내고 있다. 소득 구간, 결혼 유무, 배우자의 소득 수준, 자녀 유무 등에 따라 세율도 천차만별이지만 독일에서 싱글로서 내는 소득세율은 대개 소득의 40퍼센트를 웃도는 편이다. 한국에서의 소득세율도 소득 구간에 다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2017년 기준으로 5억 원 초과일 경우에 한해 40%가 부여되는 것으로 보아 독일의 세율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높이 부과되는 독일의 세율은 소득세, 노후연금 등으로 세분화되는데 개인적 견해로는 이런 노후보장성 금액이 높기 때문에 퇴직금이 없어도 은퇴 후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수준을 꾸릴 수 있지 않나 싶다. 독일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하고, 한국에서처럼 부동산이나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여 자산을 증식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부유한 노년층이 있는 반면 가난한 노인들도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독일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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