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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May 26. 2018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외국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시간, 일상 그리고 살아온 삶들을 공유해야 하는데 성인이 된 후 만난 사이들은 마음이 맞아 자발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학교처럼 어떻게든 하루의 일정 시간을 부딪치게 되는 환경이 아니고서야 각자의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대충이나마 설명해줘야 친해질 수 있는데 30대에 만난 사람들에게 그 모든 일들을 설명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스스로가 굉장히 열려 있고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란 쉽겠지만, 친해지는 단계까지 가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인들과의 관계도 똑같다

  

한국사람끼리 만나면 모국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어/독일어로 이야기할 때보다 많은 부분을 쉽게 공유할 수 있고 서로를 파악할 수 있다. 외국어로 이야기를 하면 단어 선택이나 뉘앙스 등이 모국어와 달라서 그 사람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어로 조금만 대화해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 말은 우리 한국인의 특성. 서로를 평가하는 일도 아주 쉽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OO 대학교를 졸업했고 OO회사를 다녔다고, 서울 OO 출신이라고 하면, 저 사람은 대충 어떻게 살아왔겠구나, 공부를 잘했구나, 집은 굉장히 잘 사는구나 등등 많은 부분을 유추하고 평가하게 된다. 획일화된 잣대로 평가하고 성적/재산 기준으로 줄 세워지는 것이 싫어서 이곳에 있는 이유도 있지만, 여기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나 스스로가 조금은 그런 기준을 이용해서 사람을 파악하려는 점이 느껴져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국 사람끼리는 단시간에 급속도로 가까지기도 한다. 외국생활이 외로운 탓도 있고, 어려운 외국어를 배우면서 끙끙 거리다가 모국어로 수다를 떨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신감도 붙는다. 나 이렇게 말을 잘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하면서. 그러다 보면 한국어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 쉽게 친해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가 막상 알고 보니 서로 취향이 너무나 다른 것을 발견하고 어색하게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들이 서로를 멀리 하는 이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한국사람끼리는 외국에서 만나면 서로 모른 척하거나 멀리하고, 영국인/독일인/중국인은 금세 친구가 된다고. 독일에서 생활하며 여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오히려 멀리 하는 사람들도 있다.  


멀리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외국문화’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어권으로 처음 어학연수를 간다거나 할 때는 빠른 언어 습득을 위해서 외국인 친구만 사귀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래도 한국 친구가 많아지면 한국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언어 실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나도 맨 처음 호주에 갔을 때 그랬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리고 정말 소설처럼 전해지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데, 최저 시급미만의 임금으로 한인 유학생들을 고용하는 업체들이나 한인들끼리 사기를 당하거나 등등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무서워지기도 한 것 같다.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지레 겁 먹기도 했었다. 만약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 하면서.

   


하지만 한국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할까?  


내가 살고있는 독일에는 한국 친구가 거의 없다. 독일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는 한국 친구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만난 사이이며, 현재 같은 도시에서 나와 함께 한국어로 일상을 공유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초기 어학원 등록을 위해 많이 거주하는 베를린에 살았을 때도 이상하게 한국사람을 많이 만날 수가 없었다. 한국인 커뮤니티, 한인 교회 등을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내가 다니던 학교와 직장에서 단 한 명의 한국인이 없던 이유도 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거의 유일무이한 한국인이었고 그래서 다들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었다.


외국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면 항상 실패하기 때문에 억지로 관계를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고 이 곳에 있으면 이 곳에 사는 외국인. The only one으로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이 나라에서 나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평가했을 때 한국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현실감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때도 있다. 여기서 평생 살 것이라면 한국의 속도에 맞추어 살 필요는 없지만, 만약에 다시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돕고, 음식을 나눠 먹고 기타 등등의 소소한 나눔의 정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독일에 왔을 때 걱정했던 것 중 하나는 외국인들=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것도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 가까워진 독일 친구들, 동료들은 내가 어떤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망설임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반대로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나도 당연히 도와줄 것이다.     


더 중요한 것. 모국어가 가져다주는 위로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는 스마트폰으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 가족들과 쉽게 메시지를 교환하고 통화를 할 수 있지만 맨 처음 외국 생활을 경험했던 2007년을 생각해보면 지금과 상황이 정말 달랐다.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선불카드를 구입해서 공중전화로 부모님께 전화를 했고, 인터넷 속도도 굉장히 느렸다. 그랬기에 그 당시에는 한국 티비도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살았나 싶다. 만약에 현재 상황도 그때와 비슷해서 모국어로 소통할 수 없고 한국 티비를 볼 수 없다면 정말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별 것 아닌 예능 프로를 보면서도 웃을 수 있고 약간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곳에서 서로 사정을 이해하고 힘들 때 소주를 같이 마실 수 있는 한국 친구가 있는 것이 가져다주는 안정감과 위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결론은 본인에게 맞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안정을 찾고, 함께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된다. 반대로 외국식 생활이 정말 잘 맞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다른 나라 친구들이면 그렇게 또 지내면 된다.  


내 경우에는.. 이 곳에서 정말 오랜 시간을 살 것이라면 마음에 맞는 한국 친구들 몇 명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많은 친구들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말 소수의 마음 맞는 한국 친구들이 있다면 팍팍한 독일에서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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