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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Dec 24. 2018

독일의 겨울: 어둡고 깜깜한 12월~2월을 버티는 방법


통상 겨울로 분류되는 12월부터 2월까지는 독일 여행과 방문에 좋은 시즌은 아니다. 오전 8시 반에 해가 뜨고 오후 4시 반이 되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여행에 제약사항이 많다. 또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북부지방의 1~2월 하루 평균 일조량은 두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영국과 북유럽을 유럽의 나쁜 날씨로 손에 꼽지만 사실 독일겨울도 그 나라들 못지않게 흐리고 깜깜하다.




12월 -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

독일뿐 아니라 유럽 국가에서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백화점과 각종 상점에서는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상품들이 쏟아진다.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하루에 하나씩 초콜릿을 뜯으며 그 날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정작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시간들이 더 설레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지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 겨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11월 마지막 주에 시작해서 12월 23일에 끝나는데, 몇몇 마켓들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심지어 12월 말일까지 오픈하기도 한다. 마켓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마켓은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과일, 계피와 함께 따뜻하게 끓여서 내는 Gluehwein (글뤼바인), 독일 행사에 빠질 수 없는 훈제 소시지, 견과류를 달콤하게 볶아 낸 Mandeln, 아이스 스케이트장 등. 건조하고 맑고 추운 겨울날 친구들과 모여 따뜻한 글뤼바인을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이 12월의 묘미다. 물론 맑은 날보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더 많지만,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최소한 약속 장소 선정에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혹시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에 독일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마켓을 추천한다.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대도시는 기본적으로 여러 개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도시관광도 할 수 있는 대도시를 추천한다. 특히 베를린에는 단기간에만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포함해 수십 개의 마켓이 열린다.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뉘른베르크, 로텐부르크: Baden-Württemberg와 Bavaria의 몇몇 도시들을 관광하는 상품들도 있는데 '로만틱 가도'라고 불리는 이 길들을 따라 펼쳐지는 독일 도시는 우리가 상상하는 중세 독일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기도 하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볼 수 있고, 교통의 요지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기차를 타고 가기도 하기 때문에 이 도시들을 함께 방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 명성만큼이나 붐비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한다면 이 마켓은 피하는 것이 좋다.





1월- 새해에만 허락되는 불꽃놀이

안전상의 문제로 독일에서는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에만 합법적으로 불꽃놀이를 할 수 있다. 도시별 주최하는 특별 축제시즌에도 불꽃놀이를 볼 수 있지만 개인이 개별적으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연말의 며칠간 한정적으로 슈퍼마켓에서 불꽃놀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다가 자정이 지나기 전 불꽃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해 함께 폭죽과 불꽃놀이를 즐긴다. 혹은 클럽이나 화려한 파티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도 하고, 독일이 아닌 곳에서 새해를 보내기도 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불꽃놀이를 접하는 독일인들은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새해가 되면 신년운세나 점을 보는 것처럼 독일에서도 재미 삼아 새해 운세를 보기도 한다. 이를 Bleigießen라고 부르는데 티스푼 위에 납을 녹여서 물에 굳힌 다음 생기는 모양으로 그 해의 운세를 점쳐보는 방법이다. 나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굳어진 모양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가 없었는데, 독일인들은 그 모양을 보고 각각이 의미하는 것들을 잘 해석해내곤 했다.





2월- 미뤄뒀던 휴가를 쓸 시간 혹은 카니발을 즐길 시간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맞이했고 2월이면 큰 이벤트가 없다. 일조량은 여전히 적고 끝없이 깜깜하고 어두운 날들이 이어진다. 내 기억에도 2월은 흐리고 추적추적 비 오는 시간들이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겨울 날씨에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이 시즌에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겨울을 즐기기 위해 알프스 쪽으로 스키를 타러 가거나 추운 날씨를 피해 스페인 등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는 다음 해 4월 말까지 전년도 휴가를 모두 소진해야 했기 때문에, 이월된 휴가를 2월에 쓰기도 했었다. 지루하게 긴 겨울 날씨가 싫어서 나도 2월에 스페인으로 떠났었던 기억이 난다.


중요한 2월의 이벤트를 잊고 있었다! 독일어권에서, 특히 독일에서는 쾰른을 필두로 한 인근지역에서 카니발(Karneval)이 펼쳐진다.  11월 11일 11시 11분에 카니발은 시작되는데, 본격적인 '축제'는 2월에 벌어진다. RosenMontag 이라고 하는 월요일이 가장 큰 축제의 날이며 이 기간은 옥토버페스트에 대적할 만큼 대낮부터 술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독일인들을 볼 수 있다. 독일인들 사이에도 카니발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카니발 매니아들은 이 기간에 휴가를 내고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기도 한다. 매해마다 다른 코스튬을 준비하고 직접 본인이 만들기도 하는 등 독일인들 중 카니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준비성과 애정은 정말 대단하다. 풍자와 블랙코미디의 나라답게 카니발 퍼레이드의 테마는 그 해에 이슈가 되는 것들로 준비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푸틴 등을 테마로 한 퍼레이드 차량들을 볼 수 있었다.


 





독일여행을 한다면 특히나 12월 24일, 25일, 31일 그리고 1월 1일은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여행하기에 최적의 기간은 아니다. 독일뿐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들도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이기 때문에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12월 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며 관광하는 독일은 그 나름의 분위기와 정취가 있다. 추운 겨울날 어묵 국물을 먹으며 몸을 녹이듯이 따뜻한 글뤼바인 한잔과 달콤한 볶은 아몬드를 먹으며 구경하는 독일은 여름날의 모습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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