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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Jun 17. 2018

독일에서 맥주를 마시는 방법

독일에서는 이 곳의 주도를(酒度)를 따라야 한다.


다양한 맥주의 종류만큼이나 독일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방법이 있고, 그 문화도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다. 한국인이 매일 밥을 먹듯이 독일인들의 일상에는 맥주와 맥주 관련 문화가 깊숙하게 침투해있다.


한국에도 가맹점이 있는 뮌헨의 호프브로이에 방문했었다


Prost-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친구가 한국에서 유럽으로 놀러를 와서 함께 여행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친구가 나에게 물어봤다. 왜 자꾸 그렇게 건배를 하냐고. 독일에서는 첫 잔이든 두 번째 잔이든 무조건 술을 마시기 전에 건배를 하는데 그게 버릇이 된 것 같다. 시도 때도 없이 건배를 하는데 독일어로 건배는 Prost(프로스트! 이태원에 있는 큰 펍의 이름과 같다)라고 하며 중요한 것은 눈동자를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미신 중 하나인데, 건배할 때 눈동자를 마주치지 않으면 그것은 7년간의 아주 나쁜 잠자리... 를 뜻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혼자 술을 술잔에 따라 마시면 재수가 없다고 했나 아무튼 그런 미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규칙을 아주 잘 지키는 독일인답게 이 규칙을 정말 잘 따른다. 10명이 넘는 큰 그룹으로 건배를 할 때도 한 사람 한 사람씩 다 눈을 마주쳐야 한다.




주문하지 않아도 끝없이 맥주를 가져다준다

독일의 유명 양조장에 가보면 그들의 불친절한 서비스에 한 번 놀라고, 끝없이 가져다주는 맥주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맥주를 서빙해주는 분들은 대개 나이가 지긋하신 독일 남성인데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 잔이 비는 것이 무섭게 어느 순간 달려와서 새 맥주를 가져다준다. 거절하고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인데, 맥주를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다고 하는 표시로 컵 받침대로 컵 위를 막아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맥주를 마셔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손님이 항상 많고 바쁜 양조장들이라 메뉴 주문을 받을 틈도 없기 때문에 그냥 가져다주는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몇 잔을 마셨는지 세는 방법은 따로 있다. 각자의 컵 받침대에 맥주 하나를 가져올 때마다 연필로 줄을 하나씩 그어다 주는데 다 마시고 계산할 때 그 줄들을 세어본 후 계산하게 된다. 친구들끼리 갔을 때는 한 잔씩 서로 사주기도 하는데 각자 돌아가서 술을 살 때는 다섯 잔 등을 한꺼번에 주문한 후 본인의 컵 받침대에 그어달라고 말을 하면 된다.


독일 양조장의 풍경 (출처:  http://delhifood.com)


여름의 공식 = 비어가르텐

일조량이 많은 독일의 남부지방에 특히나 많은데 해가 뜨는 여름날이면 비어가르텐 (Biergarten=맥주를 마시는 야외 공간)은 만석이다. 독일 전통 음식점뿐 아니라 가게 뒤편의 작은 야외 공간을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이나 펍은 여름에 이 공간을 열어두는데, 이 곳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정말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가 없다. 월드컵이나 유러피안 챔피언쉽이 열리는 기간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두고 경기를 볼 수도 있다. 여름이면 해가 저녁 9시가 넘어도 지지 않기 때문에 퇴근 후에 친구들과 함께 비어가르텐에 가서 맥주 한두 잔을 마시고 집에 오기도 한다.

독일의 흔한 비어가르텐 풍경 (출처: Augstinerkellerbier)

맥주 관련 용어

맥주와 관련된 용어들이 여러 개가 있다. 독일어의 특성 중 하나는 여러 개의 단어를 다 가져다 붙여서 한 가지 단어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과를 마치고 나서 맞이하는 저녁을 Feierabend라고 하는데, 그때 마시는 맥주는 Feierabendbier다. 기차로 이동하거나 걸어갈 때 이동을 뜻하는 단어는 weg이며, 이때 마시는 맥주는 Wegbier다. 사실 지하철에서 맥주를 마시면 안 되는데, 파티를 하러 가는 사람들은 지하철에서도 술을 마시고 길을 걸어가면서도 맥주를 마신다. 그 외에도 다른 술을 마시는 중간에 마시는 맥주는 Zwischenbier이고.. 뭐 기타 등등 맥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말을 갖다 붙이는데 그만큼 맥주가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증거 같다.



맥주 관련 행사가 아주 많다

독일 하면 금방 떠오른 것이 옥토버페스트인데 독일인들 중에서도 이 행사는 호불호가 갈린다. 일 년에 딱 한 번 술을 마시고 흐트러져도 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어서인지,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아주아주 술 취한 독일인들을 많이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축제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숙박비가 평소의 세 배 이상으로 뛰고 맥주 한 잔에도 10 유로가 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 갈 수가 없기에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는 각 지역에서도 소규모로 맥주 텐트를 설치해서 그 나름의 옥토버페스트가 열린다. 생맥주 축제도 있고, 어떤 형태의 축제가 열리더라도 맥주 텐트는 거의 필수사항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양질의 생맥주를 언제 어디서든 많이 마실 수 있다.



맥주는 무조건 병맥주로. 초대를 받았다면 맥주는 한 박스로

한국에서는 캔맥주를 많이 마셨었는데 독일에서는 대부분 병으로 마신다. 병맥주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독일에 아직 존재하는 병/플라스틱 환급 보조금 때문에 캔맥주가 더 비싸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독일에서 만난 신기했던 풍경 중 하나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시간 즈음 맥주를 한 박스.. (한 박스는 20병이다)를 사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었다.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갈 경우 술은 본인이 챙겨가는 편인데, 나는 맥주를 즐겨마시지만 여러 병을 사게 되면 무거워져서 대체로 와인을 한 병씩 사갔었다. 독일인들은 맥주 한 박스가 기본이다. 얼마 전 친구 집에 생일파티를 초대받아서 갔는데 스무 명이 넘게 초대된 파티였고, 맥주 박스는 7박스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독일인들은 그 어떤 도구로도 맥주를 열 수 있다는 사실. 병따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다른 맥주, 열쇠, 문 틈 등등 세상 그 어떤 도구로도 맥주를 열 수 있기 때문에 독일 친구들과 함께면 언제 어디서든 병맥주를 사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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