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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Feb 21. 2018

외국생활이 고달프게 느껴질 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독일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져서, 독일에서 살고 있는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거나 부러워하는 지인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늘 해 주는 이야기는 한국에서의 삶이 팍팍하더라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과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항상 재밌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20대 초중반의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혹은 워킹홀리데이로 즐거움이 가득한 해외체험을 하는 것과, 현지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일하는 것은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감도 크고, 해외 생활의 새로움이 사라지고 평범한 일상으로 다가올 때는 가끔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생활이 고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1. 언어의 장벽이 느껴질 때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고 영어로 생활하고 일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상황들이 있다. 영어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와 대화하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독일어를 완벽히 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어도 친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international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더라도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거나 승진을 하려면 독일어를 할 수 있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2. "언어능력 = 지적능력" 으로 여겨질 때

한국에서는 겸손과 침묵이 미덕일 때가 있지만, 이 곳에서는 내 의견을 정확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영어도 나의 모국어가 아니고 독일어는 더더욱 유창하지 않은 수준이라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백프로 표현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내 스스로가 답답하기도 한데, 설상 가상으로 가끔 나의 언어능력과 지적수준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초반에 석사과정을 시작했을 때는 수줍기도 하고 말하다가 실수할까봐 조용히 있었던 적이 많은데, 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싶어도 유럽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정말 가마니가 되기 십상이다.



3.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한국사람이 아주 없는 동네도 아닌데 아시아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폭력은 어딜가나 존재한다. 내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알게 모르게 은근히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이런 시선조차도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4. 한국 시간으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싶을 때

친한 친구들이랑은 거의 매일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하지만, 독일시간으로 퇴근 후나 밤 늦게 모국어로 이야기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구남친마냥 새벽에 혼자 카톡방에서 이야기를 줄줄 써놓고 자고 일어나보면 그 사이 친구들이 답장을 해놓기도 한다.



5.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아직도 가끔 엄마 생각이 나거나 보고싶으면 찔끔 눈물날 때도 있지만 ,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이 나를 보고 싶어하거나 나를 필요로 할 때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 부분이라서. 독일에 와 있는 동안 부모님은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하셨고, 아주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내가 멀리서 걱정할까봐 다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나에게 말씀해주셨다. 가족들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될 수 없어서 그 점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6. 한국음식이 먹고 싶을 때

한식은 주말에나 한 번씩 해먹고 정말 먹고 싶을 때는 아주 가끔 한국식당도 가는데, 이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별 것 아니게 느껴졌었지만 생선구이 정식이라던가 여러 종류의 나물반찬들, 길거리 음식들이 먹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7.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독일인 동료나 친구들이 어린 시절에 즐겨보던 만화영화 이야기를 하거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속담을 이야기 할 때. 독일어를 아무리 잘하는 외국인 일지라도 끼어들 수 없는 대화주제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당연한 일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또 있다. 내가 여기서 1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문화적 차이는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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