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주 스승님을 만난 곳은 어플이었다. ‘그런 수업은 도대체 어디서 알아봤어?’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스마트폰에서 검색하면 나온다. 책도 많고 유튜브에도 수많은 영상이 있었지만 나는 쉽게 가고 싶었다. 독학으로 더듬더듬하기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선생님을 찾아보기로 했다. 단골로 찾아가는 선생님이 있다면 제자로 받아 달라고나 했을 텐데 그런 곳도 없었고, 사주를 가르쳐주는 학원 같은 것을 본 적도 없었으니 (당시 내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요즘 돌아다니다 보면 사주/작명 교습소가 이렇게 많았나 싶다.) 나는 나의 스승님을 온라인이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찾는 수밖에 없었다.
바로 [사주 수업]을 검색하고 검색 결과 위에 있는 사이트 몇 개를 클릭해 보았다. 한자어가 가득하고 양복을 입은 중노년의 남성 사진들만 가득한 것이 흡사 종친회 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나는 그들의 수강생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본능적인 반발심이 든다. 다음엔 어플에서 검색을 했다. 숨은 고수를 찾아주는 이 어플을 통해서 예전에 수영 선생님도 찾은 적 있고, 영어선생님도 만난 적이 있었다. ‘혹시 사주를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있을까’ 했더니 명리학이 카테고리로 존재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사주 선생님을 찾고 있었던 걸까? 요청을 올리자마자 꽤 많은 메시지가 들어왔다.
수업에서까지 여자 타령을 듣고 싶진 않으니까요
수많은 메시지 중에서 나의 스승님이 되실 분을 추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은 ‘여자는~ 여자가~ ‘ 하는 사람은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는 것. 사주를 보러 가서 기분이 언짢아지는 대부분의 순간은 보통 ‘여자가~’하는 말로 시작됐다. ‘여자가 성격이 강하면 남자가 안 좋아한다’ 직접적인 표현을 듣기도 했고, ‘여자는 아무래도 남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은근한 표현으로도 들어봤다. 이러나저러나 사주 풀이 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성차별적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뺙이 오르고는 했는데, 상담보다 훨씬 길게 진행될 수업에서 더더욱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았다.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분들을 제치고 나니 몇 남지 않았다. 수업 몇 번만 하면 통변이 가능하다며 사기꾼 같은 프로필을 적어둔 사람도 뺐다. 그랬더니 남은 후보는 둘. 수업 방식을 문의하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한 분은 본인의 블로그에 모든 것이 다 나와있다는 답변을 주었고, 다른 분은 수업 방식과 시간 등을 깔끔히 정리한 답변을 주었다. 프로필 사진으로는 나이도 성별도 짐작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로 답변을 주신 분께 구체적으로 더 알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자세한 설명을 위해 전화를 주신 분은 생각보다 젊은 목소리의 여성분이었다. 여성이라는 점에서 우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쪽 업계에서 자주 듣는 -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언제든 호통이나 잔소리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어르신 같은- 말투가 아니었다는 점도 좋았다.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걱정할 부분까지 미리 짚어서 말씀해 주시는 것까지 완벽히 마음에 들었다. 몇 가지 질문 후에 바로 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내가 진짜 사주를 배우겠다고 한 건가?‘ 싶어졌다. 아니 이렇게 목소리만 듣고 후루룩 뚝딱 선생님을 결정해 버렸다고?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첫 수업은 시작부터 내 상상을 빗나갔다. 병풍이나 족자 하나 없는 깔끔한 보습 학원 같은 공간에 은은하게 연주곡이 흐르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원피스 정장을 입은 선생님이 나와서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셨는데 사주 선생님이 이렇게 세련되어도 되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한자를 하나도 모른다고 고백하며 시작한 수업은 오행으로 시작해서 태양과 달을 아우르는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대충 알 것 같긴 한데 영 모르겠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을쩍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을 만나게 되어 설레는 기분.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얼결에 시작한 이 공부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