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진한 진로 리딩
로즈마리 Rosemary : 오늘은 천천히 시작했어. 미네랄 물처럼 부드럽고 단단한 첫 모금.
네롤리 Neroli : 몸이 먼저 알아챘지. 이건 평범한 커피가 아니라 내 안을 맑게 씻는 물이었어.
파출리 Patchouli : 쓴맛 대신, 맑고 깊은 촉감이 오래 남았어. 가볍지 않은 깔끔함이랄까.
펜넬 Fennel : 끝맛이 살짝 매웠어. 혀가 아니라 내면을 톡 치는 자극이었지.
그레이프프룻 Grapefruit : 정신이 또렷해졌어. 내 안에 돌았던 순환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어.
클로브 Clove : 자극은 없었지만, 오래 남는 잔향. 광물로 내려낸 에너지처럼 정제된 느낌.
자스민 Jasmine : 속이 단단해지는 기분, 겉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중심이 잡혔어.
오렌지 Orange : 활력이라는 단어가 눈앞에 떠올랐어. 따뜻하고 생기 있었지.
시더우드 Cedarwood : 국물에선 오래된 시간의 맛이 났어. 정직하고 묵직한 위로.
파인 Pine : 부드러웠고, 따뜻했고, 안정을 주는 식사였지.
메이창 May Chang : 정리된 밥상은 마음도 정돈하게 해. 가벼운 결심들이 스며들었어.
스피어민트 Spearmint : 입 안이 맑아지고, 머리도 맑아졌어. 이런 점심이면 충분해.
펜타클 9 Nine of Pentacles : 발끝에서부터 피어오른 느긋함이면 충만한 시간.
소드 9 Nine of Swords : 지난 밤의 걱정들이 물에 녹는 것 같았어. 생각보다 쉽게.
전차 The Chariot : 피로가 빠져나가자, 몸도 마음도 방향을 찾았지.
소드페이지 Page of Swords : 지금 이 감각이 뭔지 알고 싶었어.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졌어.
컵페이지 Page of Cups : 다시 커피를 들었을 땐, 마음이 훨씬 여려졌더라.
소드 4 Four of Swords : 굳이 빠르게 걷지 않아도 괜찮았어. 쉼은 멈춤이 아니니까.
소드 7 Seven of Swords : 돌아가는 길이어도 좋았어. 직진으로만 걷는 게 전부는 아니니까.
컵기사 Knight of Cups : 잔잔한 감정은 더 오래 머문다. 그래서 지금이 좋았어.
컵 5 Five of Cups : 잃은 것보다 남은 것들을 보기 시작했지. 분홍꽃이 먼저 알려줬어.
펜타클 페이지 Page of Pentacles : 처음 보는 꽃들, 처음 보는 감정. 그런 것들이 모여 새로운 감각이 돼.
펜타클 2 Two of Pentacles : 균형은 어렵지 않았어. 꽃을 볼 땐 마음이 가볍거든.
별 The Star : 그 순간, 오늘의 모든 일이 괜찮게 느껴졌어. 그게 희망일지도 몰라.
주니퍼 Juniper : 준비는 말이 없었어. 그래도 마음은 방향을 알고 있었지.
사이프러스 Cypress : 지금은 틀을 바꾸는 중이야. 고요한 정리 속에 결정이 자라고 있었어.
블랙페퍼 Black Pepper : 머뭇거림은 끝났어. 걸어가는 마음에 방향이 따라붙기 시작했어.
진저 Ginger : 불은 이미 안에서 타고 있었어. 중심을 잡을 수 있다면, 그건 기회야.
베티버 Vetiver : 멈추고 싶은 마음은 회복의 다른 이름이야. 지금은 뿌리를 내릴 시간일지도 몰라.
에필로그
어제 온천수에 담갔던 온기가
오늘 아침까지 이어졌다.
반신욕의 잔열을 품은 채,
조금은 천천히, 샤워로 하루를 시작했다.
비가 내렸다.
촉촉해진 마음 위로
약돌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내려앉았다.
맑고 부드러운 맛,
끝에 남는 매운 여운이
속을 조용히 데워주었다.
월요일의 빗속.
야외는 무리겠다 싶어 실내를 찾았지만,
검색해 보니 휴무였다.
계획보다 일찍
여행을 접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어쩐지,
그게 더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 고요한 오후,
말보다 눈빛이 먼저 다가온 순간.
진로를 맴돌던 질문 하나가
마침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감각은 지나가고, 향은 남는다.
그 향이 나를 다시 나에게 데려다줄 때,
우리는 그것을 ‘방향’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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