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과 함께 도착한 마음
만다린 (Mandarin): 단호박죽의 노란 숨이 떡볶이의 매콤함을 타고 번지며 새벽 공항 라운지는 시트러스처럼 눈을 먼저 뜨게 했지.
마조람 (Marjoram): 치킨의 바삭한 겉과 촉촉한 속, 복숭아 통조림의 뜻밖의 달콤함이 겹치며 오늘 하루가 예상보다 부드럽게 시작됐어.
로즈 (Rose): 와인의 붉은 결이 입술을 적시고 투명 젤리가 살짝 떨리자, 마음도 천천히 색을 입기 시작했지.
샌달우드 (Sandalwood): 공항을 나서자 햇빛보다 먼저 다낭 공기가 피부에 감겼고 ATM이 뱉어낸 동(Dong) 소리가 여행의 첫 박자를 새겼어.
사이프러스 (Cypress): 거울 앞에서 초콜릿빛으로 변해 가는 머리카락이 오늘 감정의 뿌리를 염색하고 있다는 증거였지.
유칼립투스 (Eucalyptus): 작고 조용한 방의 문이 열리자 빛이 먼저 침대에 눕고 마음은 그제야 숨을 고를 수 있었어.
자스민 (Jasmine): 한시장 복잡한 골목을 누비다 손끝에 얹힌 네일 윤기처럼 작은 반짝임 하나가 오늘의 피로를 스르르 지워 줬어.
오렌지 (Orange): 안토이 노란 벽 아래 모닝글로리 덮밥과 닭쌀국수가 나란히 놓이자 저녁이 자연스럽게 우리 편으로 기울었지.
팔마로사 (Palmarosa): A-kopi 3층 창가에 앉아 에그커피 크림을 바라보며 마음도 천천히 부드러워졌어.
베가못 (Bergamot): 단골 발마사지 숍의 발 패키지가 오늘 하루를 발바닥부터 녹여냈지.
페티그레인 (Petitgrain): 바의 낮은 조명 아래 라임 껍질이 유리벽을 빙글 돌며 이 밤은 끊김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듯 쿨하게 웃었어.
네롤리 (Neroli): 칵테일 잔 위 향긋한 꽃내음이 마지막으로 속삭였지, 오늘을 무게 대신 향기로 저장해 두자고.
Pho 칵테일: 오늘도 그녀는 널 먼저 찾더라.
Mai Tai 칵테일: 맞아, 해변에서 처음 만난 그날처럼 한 모금 뒤 그녀 눈빛이 반짝였어. 그리고 너도 한 번 마시더니 또 날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빛나더라.
Pho 칵테일: 그래, 난 좀 독특하지. 고수·레몬·시나몬 조합으로 그녀 혀끝을 살짝 다른 채널로 스와이프 했거든.
Mai Tai 칵테일: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 조합이 완벽하게 핏 되더라.
휴대폰 알림: 비행기가 활주로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 “7월 1일 출근 확정!” 톡이 왔다.
내담자: “쌤, 드디어 합격 문자 받았어요! 그런데 등본이니 사업자등록증이니 준비 리스트가 머릿속을 꽉 채워서 숨이 턱 막혀요.”
라벤더 (Lavender): “괜찮아요, 숨부터 길게 들이쉬고 하나씩 체크하면 돼요. 마음이 먼저 풀리면 서류도 줄 서듯 차근차근 따라올 거예요.”
내담자: “헉, 그 한마디에 진짜 숨통이 트여요! 쌤, 고마워요.”
에필로그 · 2025 . 06 . 26
02:00 인천
잠은 놓치고 비행을 탔다.
03:10 스카이라운지
노란 단호박 · 바삭 치킨 · 바다 미역국,
맥주와 와인이 “웰컴” 잔을 부딪쳤다.
06:00 게이트 앞
비행기는 한 시간 지연,
시트를 기울여 40분 눈을 붙였다.
집에서 여섯 시간 잤던 날보다
더 상쾌한 리셋.
07:50 이륙
시트러스 같은 새벽빛이 창문을 두 번 두드렸다.
착륙 직전, 톡 한 알
“쌤, 합격이래요!”
서류 체크리스트가 머릿속을 폭주해도
라벤더 한숨으로 줄 서듯 정렬된다.
오늘, 무게 대신 향기로 스탬프 찍힌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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