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링 라잇

물보다 느린 불빛

by 빛나

라벤더 Lavender : 천천히 시작했어. 여유로운 바깥풍경보다, 시원한 자리가 먼저였지. 카운터 근처에 앉아 맛있는 커피로 마음을 살며시 달랬어.


메이창 May Chang : 테이블 위 초록잎이 괜히 눈에 들어오더라. 말없이 조용한 식물 하나가 오늘의 분위기를 대신 말해줬어.


클로브 Clove : 그다음엔 고기 굽는 소리. 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을 때, 나도 같이 풀어졌어.


블랙페퍼 Black Pepper : 팽이버섯 돌돌 말아 얹는 거 봤지? 정확하고 예뻤어. 차곡차곡 정리된 마음 같았어.


로즈 Rose : 감자샐러드 한 입. 따뜻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다정했어.


카모마일 Chamomile : 비빔밥은 색이 많았고, 맛이 복잡했지만 그게 좋았어. 오늘 하루도 그런 맛이니까.


베가못 Bergamot : 쇼핑은 가볍게. 커피, 차, 간장. 필요한 걸 샀지만, 그 안엔 정이 묻어 있었지.


만다린 Mandarin : 장바구니엔 취향이 아니라 기억이 쌓이는 거니까. 그게 여행이잖아.


티트리 Tea Tree : 숙소 체크인 후엔 다시 루틴을 따라 천천히 걸었지.


메이창 May Chang : 한시장 골목에서 크로스백 하나를 오래 붙들고 있었지. 망설임은 결국 마음의 무게라는 걸, 오늘 다시 느꼈어.


라벤더 Lavender : 카페에서 마신 두 번째 커피는, 첫 잔보다 더 부드럽게 내려앉았어.


주니퍼 Juniper : 자리는 달랐고, 분위기도 달랐고… 그래서 그 커피는 ‘마무리’ 같은 맛이었지.


블랙페퍼 Black Pepper : 저녁은 진하고 강했어. 탄탄면, 마파두부, 감자채볶음… 접시에 열기가 가득했지.


클로브 Clove : 칭다오 맥주 한 모금 사이로 하루가 미끄러져갔어. 말 대신 음식이 수다를 떨었지.


일랑일랑 Ylang Ylang : 마사지를 받는 동안 생각했어. 조용한 손길 하나에도 마음이 녹는다는 걸.


바질 Basil : 마지막 맥주집. 생맥주와 감자튀김이 오늘을 덮어주는 담요 같았어.


오렌지 Orange : 반짝이는 거품 위로 조명이 퍼질 때, 오늘도 잘 익었다는 걸 알았어.


로즈 Rose : 잔은 비워졌고, 마음은 오히려 가득했지.


레몬그라스 Lemongrass : 그리고 우리는 크루즈를 향해 가고 있었어. 도시는 저 멀리 있고, 바람은 조금씩 밤이 되어가고 있었지.


일랑일랑 Ylang Ylang : 그 조용함에 나도 조용해졌어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 어두워지는 다낭의 강변으로.


레몬그라스 Lemongrass : 크루즈 위에서 바람을 맞았어. 한강을 닮은 이 강에도, 또 다른 감정이 흐르고 있었지.


베가못 Bergamot : 멀리 용다리가 보였어. 불을 뿜는 순간, 모두가 동시에 ‘와’ 하고 감탄했어. 그건 진짜 불이 아니라, 모아진 숨 같았어.


주니퍼 Juniper : 돌아오는 길, 강 한가운데 서 있는 하얀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어. 정체는 몰랐지만 괜히 오래 바라보게 됐지. 마치 물 위의 시계처럼.


카모마일 Chamomile :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됐어. 천천히, 다정하게.

에필로그 (2025. 6. 30)

호이안 체크아웃 조용한 카페 아아 인드라이브로 롯데마트 아점 & 쇼핑 다낭의 마지막 밤


조명이 꺼지고, 강물 숨 고르면 오늘은 살짝 슬로모션으로 백업된다.


사진도 향도 언젠가 흐려질 테지만 이 감정의 BPM은 오래 재생될 거야.


불빛은 흘렀고, 마음은 그대로 핀 고정.


우리의 하루는 흘러간 게 아니라, 깊게 저장된 감정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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