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내 마음의 자리로

by 빛나

달 : 문틈 사이로 네 기척이 들어오자, 이 방의 온도가 살짝 바뀌더라.


우주 : 나도 몰랐어. 문 하나 여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달 : 익숙하지 않은 문은, 마음이 먼저 열려야 열리니까.


우주 : 열고 나서도 한참 서 있었어. 들어가면 무너질까 봐, 또 아무 일도 없을까 봐.


달 : 무너져도 괜찮아. 아무 일 없는 날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까.


우주 : 들어오기 전까진, 솔직히… 그냥 돌아갈까 했어.


달 : 돌아서지 않았다는 거, 그게 오늘 네가 꺼낸 첫 문장이야.


달 : 커피 아님 차?


우주 : 차.


달 : 따뜻한 거 아님 찬 걸로 줄까?


우주 : 오늘은… 따뜻한 게 좋을 것 같아. 속이 좀 울렁거리거든.


달 : 이거 라임 넣은 따뜻한 차야. 처음엔 조금 시게 느껴져도, 마시다 보면 입 안에 잔잔하게 퍼져. 좀 날이 선 날에 잘 어울리는 맛이야.


우주 : 시면서, 깔끔하네. 씁쓸한데, 이상하게 기분은 좀 가벼워져.


달 : 향이 먼저 마음을 건드릴 때가 있어. 아직 말이 안 되는 감정도, 가끔은 냄새가 먼저 알아채거든.


우주 : 뭔가, 말보다 느낌이 먼저 올라오는 기분이야. 근데 딱 뭐라고는 못 하겠는 거.


달 : 그럼 오늘은, 굳이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돼. 그냥 손이 가는 걸로 골라보자.


우주 : 이 카드들이 전부 향이야?


달 : 응. 향으로 말하는 감정들이지. 손이 먼저 반응하는 쪽으로, 세 장만 골라볼래?


우주 : 음… 규칙은 없어?


달 : 없어. 마음에도 규칙 없잖아. 그냥, 너를 제일 먼저 부른 쪽으로.


우주 : 가만히 보는데, 이상하게 어떤 카드들 앞에선 기억이 스쳐 가듯 손이 멈춰.


달 : 그럼 그게 답이겠네. 너한테 먼저 말을 건 카드들.


우주 : 하나씩 고르는데, 기분이… 마치 오래된 장면 넘기듯 묘했어. 손이 움직이는데, 내 안에서 누가 따라오는 느낌?


달 : 그 감정, 이제 우리 같이 펼쳐보자.


우주 : 응


달 : 첫 장은 클로브야. 향 어땠어?


우주 : 처음엔 좀 진하더라. 톡 쏘는 것도 있고…

이상하게 숨을 들이키면서도, 자꾸 뱉고 싶어졌어.


달 : 그게 이 향의 특징이야. 붙잡고 싶으면서도, 지치는 마음.


우주 : 무거운데, 놓질 못하겠는 그런 기분?


달 : 맞아. 클로브는 ‘쥐고 있는 것’에 대해 묻는 거야. 이건 꼭 기억이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아직도 네 손안에 있어야만 하는 감정일까?


우주 : 근데 진짜… 나 왜 이렇게 못 놓지?

끝났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그때 일이 머릿속에 살아 있어.


달 : 말로는 정리해도, 감정은 제멋대로야.

넌 지금도 그 순간을 복기하느라 손에 힘을 주고 있을지도 몰라


우주 : 뭔가를 놓는다는 게, 진짜 두려워.

잊으면 내가 틀린 것 같고, 버리면 내가 진 게 같아서.


달 : 그럼 넌 지금, 이기려고 감정을 들고 있어(?)


우주 : 이기려고…? 음. 놓치지 않으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 그 사람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사라질까 봐.


달 : 그게 집착이야. 사람이 아니라, 감정 안의 나를 붙드는 거.


우주 : 결국… 나를 놓기 싫었던 거구나.


달 : 맞아. 그래서 손이 아파도 계속 쥐고 있었던 거야.


우주 : 지금 말하니까 알겠다. 힘줘서 쥐고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익숙해서 못 펴고 있었던 거더라.


달 : 두 번째는 일랑일랑이네. 향은 어땠어?


우주 : 처음 맡을 땐 부드럽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자꾸 마음이 불편해졌어. 잔잔한데 안에서는 자꾸 웅웅 울리는 느낌?


달 : 그게 이 향의 반전이지. 겉으론 평화로운데, 안엔 기대가 너무 많이 들어 있어.


우주 : 평화를 원해서 고른 건데, 막상 맡으니까 더 불안해졌어. 내가 원하는 게 너무 많았던 걸까?


달 : 너무 많다기보다, 너무 간절했겠지. 근데 기대는 클수록, 현실이 작아 보여.


우주 : 그래서 실망이 잦았나 봐. 아무도 잘못한 건 아닌데, 나 혼자 서운했어.


달 : 그럴 수 있어. 일랑일랑은 묻는 거야.

“넌 정말 평화를 원했어?

아니면, 누군가가 너를 기꺼이 안아주길 바랐던 걸까?”


우주 : …둘 다였던 것 같아. 평화를 원했지만, 그 평화가 내 손으로 오지 않길 바랐어.


달 : 바깥에서 오는 평화는 언제든 흔들리지. 그래서 더 아팠을 거야.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기대를 걸었으니까.


우주 : 그 사람한테, 아무 말도 없이 연락이 끊겼어. 갑자기. 전날까지도 괜찮았거든. 근데 그날 이후로, 아무 응답이 없었어.


달 : 아무 말 없이?


우주 : 차단. 그게 전부였어. 전화도, 메시지도, SNS도 다. 이유가 있으면 차라리 욕이라도 먹었을 텐데, 그냥 날 없던 사람처럼.


달 : 말이 없다는 게, 더 큰 폭력일 수 있어.


우주 : 처음엔 걱정했어.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근데 계속 그 상태니까, 어느 순간… 미쳐버릴 것 같았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내가 그 정도였나…


달 : 이해받지 못한 감정은 안에서 자라. 그때의 분노가 아직 네 안에 살아 있는 거야.


우주 : 나 그 사람 욕 엄청 했어. 친구들한테,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근데, 그걸 말하면서도 속으론… 그냥 한 번이라도 이유를 듣고 싶었어.


달 : 그래서 일랑일랑이 더 불편했구나. 평화를 원했지만, 그건 ‘이해’가 필요한 평화였던 거야.


우주 : 맞아. 나는 그냥, 그 사람이 나한테

“그땐 미안했어” 한 마디만 해줬으면 됐거든.


달 : 그 한 마디를 못 받은 사람이 제일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고 살아.


우주 : 지금도 그래. 그 사람 이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 하면서, 가끔은 아직도 그 메시지 올까 봐 번호 확인해.


달 : 그래서 오래도록 잡고 있는 감정이라 클로브를 뽑았고, 내면의 깊은 곳에서 평화를 원해서 일랑일랑을 뽑았던 거지.


우주 : 내 감정이 정말로 평화로워질까?


달 : 그럼. 지금 이 순간, 우리 함께 아로마카드랑 향으로… 그동안 쥐고 있던 마음도 천천히, 평화롭게 놓고 있는 중이잖아.


우주 : 남녀 둘이 그려진 이 카드는 어떤 의미야?


달 : 티트리. 이건… 이해에 대한 향이야.


우주 : 이해?


달 : 응. 날 아프게 한 사람도, 그 사람을 그토록 붙잡았던 나도, 결국은 이해해야 비로소 놓을 수 있거든.


우주 : 근데 나 아직 완전히 이해 못 했어. 그 사람도, 나도. 그때 감정도… 사실 아직 헷갈려.


달 : 이해는 단번에 오는 게 아니야. 먼지처럼 천천히 가라앉아. 중요한 건, 너 자신을 오해하지 않는 거야.


우주 : 오해하지 않는 거…


달 : 넌 감정이 많아서 잘못된 게 아니야. 이해를 바랐던 것도 틀린 게 아니고, 붙잡았던 시간도 부끄러울 게 없어.


우주 : 그냥, 이제는 그때의 나를 좀 안아주고 싶어. 왜 그리 애썼는지, 왜 그 한 마디에 그렇게 오래 매달렸는지


달 : 그게 바로 이해야. 네가 네 마음을 온전히 바라봐주는 것. 그게 오늘, 네가 뽑은 향이야


우주 : 근데… 이 세 장이 다일까?


달 : 아니. 마음은 겹겹이잖아. 하나 놓고 나면, 그 밑에 또 다른 감정이 숨어 있기도 해.


우주 : 그래서… 한 번 더 뽑아도 돼?


달 : 물론이지. 방금은 ‘그때의 너’였다면, 이제는 ‘그걸 겪은 지금의 너’가 고를 차례야.


우주 : 아까랑은 느낌이 다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


달 : 마음이 열리면, 향이 더 깊이 말을 걸어오거든.


우주 : 이번엔 더 조용히 고르고 싶어. 하나씩, 아주 천천히.


달 : 그래. 서두르지 마. 마음이 건네는 속도는 늘 조용하고 느리니까.


우주 : (카드를 바라보다) … 이건, 손에 닿자마자 어떤 장면이 툭 떠올랐어.


달 : 어떤 장면?


우주 : 웃고 있었는데… 속은 무너져 있었던 날. 그 사람 앞에선 늘 괜찮은 척하던, 그날의 나.


달 : 괜찮은 척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제일 크지.


우주 : 그러니까. 계속 웃었는데, 집에 오면 눈이 아팠어. 감정이 아니라, 눈 근육이 아픈 느낌. 너무 오래 ‘좋은 사람’ 표정을 쓰니까.


달 : 그럼, 이제 그 표정 안 해도 돼. 여긴, 울든 말든, 그대로 있어도 되는 자리니까.


우주 : …응.


달 : 고른 세 장, 펼쳐볼까?


우주 : 응… 첫 번째는, 제라늄이네.


달 : 향 어땠어?


우주 : 묘했어. 포근한데, 뭔가 너무 꽉 찬 느낌? 무게는 없는데, 안에 뭐가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았어.


달 : 그게 제라늄의 특징이야. 감정이 차오른 상태, 넘치기 직전. 부드럽지만 과해. 너, 혹시 계속 참아온 거 있어?


우주 : 참는 게 일상이었어. 그 사람 앞에서는 늘 괜찮은 사람, 여유 있는 사람이어야 했으니까. 한번 무너지면 돌아올 수 없을까 봐, 매일 조금씩 눌렀어.


달 : 그게 과잉이야. 감정도, 배려도, 노력도… 결국 네가 다 짊어진 거지.


우주 : 맞아. 그 사람 기분, 반응, 필요에 따라서 나보다 그 사람을 먼저 챙겼어. 근데, 정작 내 감정은 말할 데가 없었어.


달 : 그래서 제라늄은 이렇게 묻고 있을지도 몰라. “넌 누구를 위해 그렇게 완벽하려고 했어?”


우주 : 그 사람한테 버려지지 않으려고… 내가 모자란 사람 되면, 떠날 것 같았거든.


달 : 그 마음, 버려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주는 방식. 근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애쓴 사람이 먼저 지치더라.


우주 : 나였지. 결국 내가 먼저 무너졌어. 겉으론 괜찮은 척 계속했지만, 안에선 매일 금이 갔거든.


달 : 금 간 마음 위에 무리하게 계속 뭔가를 얹으면, 언젠가 확 무너지지.


우주 : 그러니까, 아무렇지 않게 웃던 날들이 오히려 더 위험했던 것 같아.


달 : 그리고 그 무너지던 순간에, 다음 카드가 말을 걸었네. 마조람.


우주 : 이건 향 맡자마자, 뭔가 가슴이 철렁했어. 편안한 향인데, 나한텐 불편했어.


달 : 마조람은 불안 한 감정에 안정감을 주는 향인데, 역설적으로 불안을 찔러. 그건 네가 지금까지 계속 긴장 속에 살아왔다는 뜻이야.


우주 : 진짜, 늘 걱정했어. 내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어떻게 될까, 오늘 그 사람이 왜 조용하지, 내가 뭘 또 실수했나… 그런 생각이 하루 종일.


달 : 계속 감정 읽고, 분위기 살피고, 스스로 검열했구나.


우주 : 그러니까 어느 순간엔 내가 나를 못 믿겠더라. 감정이 진짜인지, 내가 불편한 건지 모르겠고. 그냥 항상 조심조심.


달 : 그게 과잉 걱정의 정체야. 불안이 쌓이면, 마음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거든.


우주 : 그래서인지, 이제는 편한 자리가 오히려 어색해. 뭔가 틀어질까 봐 불안한 거야.


달 : 마조람은 그러니까 너한테 이렇게 말하는 카드야. “계속 그렇게 걱정하면서 살아갈 거야? 아니면, 이젠 놓아줄 건지,,,“


우주 : 놓아도 되는지, 쉬어도 되는지, 스스로 허락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늘 더 잘해야 했고, 더 맞춰야 내 옆에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결국, 그 사람이 먼저 날 떠났어.


달 : 서로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맞추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어.

그래서 네가 마지막으로 뽑은 카드가 파인이었구나.


우주 : 향이… 뭔가 딱 단단해. 부드러운데 선이 분명한 느낌?


달 : 파인은 ‘자존감’의 향이야. 나를 중심에 두는 감정. 이제는 너 자신을 잃지 말라는 신호야.


우주 : 예전엔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어. 자존감이란 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잘 맞추고 잘 참고 잘 웃으면 되는 줄 알았거든.


달 : 근데 그런 역할은, 결국 널 네 삶 밖으로 밀어내게 해. 파인은 말해. “이제 네 자리로 돌아오라”라고.


우주 : 나도 이제 그러고 싶어. 누가 날 챙겨주지 않아도, 적어도 내가 날 챙길 수 있게.


달 : 그게 회복이야. 기대고만 있던 마음이, 이제 중심을 갖기 시작하는 거.


우주 : 그게… 가능할까?


달 : 지금 이미, 가능하다는 쪽으로 네 마음이 움직이고 있잖아. 그걸 나는 믿어.


우주 : … 조금 숨 쉬어도 될까? 두통이 …


달 : 물론이지. 우리 깊이 잠수했으니까.


우주 : 아까 마신 라임차, 입 안이 시면서도 깨어났었어.


달 : 이번엔 유칼립투스야. 숨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향. 그동안 너무 안에서만 웅크렸으니까, 이젠 바깥으로 숨 한번 내보자.


우주 : 목이 탁 트이는 기분. 뭔가 안에 있던 오래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아.


달 : 향이 숨을 지나면서, 마음도 같이 정리해 줘.

묶여 있던 감정들이 바람처럼 흘러나오게 도와주는 거지.


우주 : 지금은, 눈물이 안 나는데… 그게 좀 이상해. 슬퍼야 할 것 같은데, 그냥… 고요해.


달 : 그게 회복의 시작이야. 고요는 무감각이 아니라, 이제야 감정이 안전해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


우주 : 네 커피 향… 좀 다르다?


달 : 시나몬 넣었어. 지금은 나도, 내 마음을 좀 단단히 감싸야할 것 같아서.


우주 : 그 향, 따뜻한데… 뭔가 중심이 잡히는 기분 들어. 나도 조금… 나를 감싸고 싶어졌어.


달 : 그럼 이제, 오늘 마지막 마무리로 세장의 카드를 뽑자. 그동안의 감정들을 품고 나서,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향.


우주 : … 고를게.

이번엔 말없이. 그냥 손이 닿는 대로. 첫 번째는…


달 : 미르. 고요함의 향. 겉으론 단단해 보이지만, 안엔 늘 혼란이 있었던 감정.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 “너, 한동안 길을 잃고 있었지?”


우주 : 정말… 그랬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뭘 느끼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나인지조차 잘 모르겠는 순간들이 계속됐어.


달 : 그 혼란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너 안에 여전히 방향을 찾고자 하는 감각이 살아 있다는 뜻이야.

“이제, 바깥 소음 말고 너 자신에게 길을 물어볼래?”


우주 : 나한테… 응. 이제는 물어보고 싶어.

내가 뭘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달 : 그게 내면의 연결이야. 길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서 올라오니까.


우주 : 두 번째 카드는… 네롤리야.


달 : 직관과 선택의 향.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 마음을 다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지. 혹시, 요즘 중요한 선택 앞에 서 있었어?


우주 : 응. 근데 선택을 못했어. 뭘 해도 틀릴까 봐… 아니, 그냥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봐 무서웠어.


달 : 선택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솔직한가’의 문제야. 네롤리는 말해. “지금 너한테 가장 가까운 마음은 뭐야?”


우주 : 나를 피하지 않는 거. 그게 가장 가까운 마음 같아.


달 : 그걸 고른 네가, 이미 너를 다시 선택한 거야.

지금 여기 있는 네가, 가장 정확한 답이야.


우주 : 마지막 카드… 로즈우드.


달 : 성장과 자기 회복의 향이야. 감정이 바닥났을 때, 조용히 피어나는 회복의 씨앗이지


우주 : 처음엔 아무 향도 안 느껴졌어. 근데 가만히 있으니까, 어느 순간 은은하게 감기는 냄새가 있었어. 나도… 그렇게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걸까?


달 : 응. 강하게 피어오르진 않지만, 깊이 뿌리내리는 감정. 로즈우드는 네게 이렇게 말해.

“지금의 너로 괜찮아. 무감각한 날들도, 회복의 일부야.”


우주 : …이 세 장, 조용한데 단단했어.


달 : 그게 회복이야. 더 이상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네 속도대로 걷는 감정.


우주 :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네?


달 : 맞아. 오늘은 ‘시작’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너한테 와준 날이니까.

에필로그


감정은 때로, 향처럼 흐른다.

코끝에 닿기 전엔 몰랐던 기척이,

어느 순간 마음 한가운데를 건드리고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감정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우주는 오늘, 그 감정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놓지 못하고 있던 마음을 살며시 풀어냈고,

붙잡고 싶었던 장면들에서 한 발 물러섰으며,

이해받지 못한 마음에게 조용히 스스로 다가갔다.


누군가에게 받아야 할 위로가 아니라,

내가 내게 건네는 선택과 허락.

그리고 지금의 나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아주 작은 수긍.


그건 시작이었다.

처음으로 진짜 나의 자리로 돌아오는 느낌.

향처럼 말없이 퍼지되, 오래 남는 감정의 이름.


PS: 이 글은 실제 상담 장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감정 중심 심리코칭형 상담 에세이입니다.

아로마 심리카드는 내담자의 감정을 안전하게 꺼내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블로그: 심리 상담 코칭에세이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https://novel.munpia.com/476921

https://naver.me/5SS7jxCX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녕,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