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그먼트

숲도, 우주도, 결국 리듬이야

by 빛나

달: 금요일 밤, 시계는 지연을 알리며, 하늘의 날개가 늦어지더니 비행기는 내 계획을 슬쩍 비껴갔어.


별 : 원래는 하늘의 시간표에 맞춰 저녁을 건너뛰고, 도착하자마자 따끈한 쌀국수를 만날 계획이었다며


달 : 근데 비가 깊게 내려앉아, 도시의 불빛마저 번져 보일 만큼, 길 위의 풍경이 모두 흩어져버려서 호텔 체크인만 했어


별: 조식 접시에 담긴 건 반숙 아니야? 흐릿한 노른자는 네 취향이 아니잖아.


달: 응, 노른자가 또렷하게 익어 있었어. 따끈한 면발이 입안에서 풀리는데, 밤새 쌓인 피로가 조금은 씻겨나가는 기분이었어.


별: 여행의 첫 끼라는 건 늘 특별해. 허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의 색깔을 칠하는 거잖아


달: 맞아, 그렇게 조식은 쌀국수, 계란 프라이, 삶은 계란의 선택으로 가볍게 숨 쉬는 순간이었어


별: 햇살이 조금 더 기울 때 넌 또 머리색을 덧칠하러 갔었잖아


달 : 응 , 거울 속엔 물빛으로 가라앉은 뿌리가 드러운 곳에 새로 얹힌 색이 햇살처럼 번져 다시 밝혔어.


별: 단순히 색만 바꾼 게 아니라, 지쳐 있던 결도 달래주었다며


달: 맞아, 클리닉의 손길이 닿으니 바람에 헤집힌 파도가 가라앉듯 머리결이 차분히 풀려났어.


별: 그러니까 네 머리카락은 파도가 아니라, 물결처럼 잔잔히 흘러가기 시작한 거네.


달: 그래, 그 흐름이 마음까지 정리해 주는 것 같았어.


별: 오~ 가벼워진 마음으로 향한 곳이 원숭이들이 있는 숲이었구나.


달: 응, 하지만 개들의 요란한 짖음 때문일까? 애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던건 아쉬웠어


별 : 예전에 방문했때 그 자리에 밥그릇이 있었다 하지 않았어?


달 : 맞아? 그날은 밥그릇이 안 보였어,


멀리 선 개들의 짖음이 메아리쳤는데, 원숭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나무 위에서 노래했어.


별: 울음이 아니라 노래라니, 어떤 울림이었어?


달: 티엔쇼 공연에서 들었던 소리랑 닮아 있었어. 울음보단 흥얼거림 같았고, 순간 그들이 무대를 연 것 같은 착각이 스쳤어.


별: 카메라에 담지 못한 장면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는 법이지.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각인된 무대.


달: 맞아, 사진은 놓쳤지만, 그 소리의 결은 아직도 귓속에 머물러 있어.


별: 결국 여행이 남기는 건 풍경보다도, 순간의 리듬이잖아.


달: 응, 그 리듬이 지금도 심장 속에서 작은 파동처럼 이어져서 내 손끝은 또 다른 무대를 준비했어. 흰 캔버스 위에 작은 표정들이 하나씩 피어나


별: 와, 그건 손톱 위 작은 우주네. 네 손끝마다 미소가 번지고, 엄지엔 장난꾸러기 별 하나 쿠로미가 서 있네


달: 맞아, 별빛 대신 흰 웃음을 담은 듯손끝에 새겨진 작은 얼굴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표정을 디자인해봤어


별: 발끝도 잊지 않고 초록빛 물감이 번져 나가면서, 숲의 결을 품은 듯 서서히 스며들었구나.


달: 응, 발은 마치 숲길 위에 누운 듯 편안했어. 각질이 벗겨지고 나니 오래된 그림자가 벗겨지는 기분이었어.


별: 그래서 네일은 장식이 아니라, 네 안의 계절을 새로 고쳐 쓰는 의식 같아


달: 맞아, 그날의 손끝과 발끝은 내가 웃는 방법을 다시 가르쳐준 조용한 선율이야,


별: 하루가 작은 파동처럼 흔들렸지만, 결국엔 무난히 흘러갔구나, 근데, 새로워진 너의 발걸음은 또 어디로 향한 거야?


달: 롯데마트에 들러 작은 기념들을 챙겼고, 숙소에 닿으니 벌써 9시였어. 짐을 풀 겨를도 없이, 침대가 나를 삼켜버리더라.


별: 피곤이 쏟아져도 하루가 무난히 넘어간 건 다행이네.


달: 맞아. 원래는 기획했던 라이브 바에서 밤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그 대신 깊은 잠이 내 무대를 덮었어.


별: 그래도 그게 쉼이잖아. 네일의 웃음과 숲 같은 발끝, 그걸 안고 잠든 네가 진짜 무대의 주인공이었을 거야.


달: 그 말이 좋다. 무대가 꼭 불빛 아래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아침 햇살이 날 다시 반겼어


별: 창가엔 강이 펼쳐져 있네, 여기가 그 유명한 다낭 한강 불쇼 장소가 잘 보이는 호텔이라며 조식은 어때?


달: 맞아, 꿀맛이었어, 물결 위로 햇살이 번지는 걸 바라보며, 쌀국수와 빵, 바나나와 수박을 곁들였어. 그건 배를 채우는 식사보다 의미가 있었어


별: 점심은 현지 식당에서 요리와 맥주, 여행에서 술안주와 술은 모두 챙겼네


달: 응, 모닝글로리 볶음, 토마토 두부, 계란 전, 새우랑 돼지고기까지. 국 한 모금이 마음까지 데워줬어.


별: 소박한데 진한 맛이네. 현지의 집밥 같은 위로였겠다.


달: 맞아, 현지 맥주도 곁들이니 입안에 작은 축제가 번졌어.


별: 배부른 발걸음은 어디로 흘렀어?


달: 스파였어. 발마사지를 받는 동안, 오래된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어.


별: 티타임도 했다며? 차와 망고 한 접시. 그건 디저트가 아니라 완벽한 쉼표네.


달: 응, 잠깐의 달콤함이 내 하루를 다시 고르게 숨 쉬게 했어.


별: 결국 너의 하루는 밥상과 디저트, 쉼과 리듬이 이어진 작은 합주였네.


달: 맞아, 그렇게 균형이 맞춰지니 몸도 마음도 치료받는 기분이 좋았어


별: 저녁은 또 맥주였구나?


달: 맞아. 샐러드와 폭립, 그리고 다섯 가지 맥주 샘플러. 각각 다른 음색이 합창하듯 어울리더라


별: 낮은음, 높은음, 쓴맛과 달콤함이 모두 들어있던 거네.


달: 맥주의 합창이 끝나고, 숙소에서 숨을 고른 뒤 발걸음은 어둠 속 무대를 향했어. 작은 골목 안 라이브 바였어.


별: 거긴 불빛보다 목소리가 먼저 빛나는 곳이잖아.


달: 응, 촛불 하나가 테이블을 지켜주듯, 무대 위에선 재즈와 팝, 그리고 한국 노래까지 번갈아 불러줘서 마음이 한껏 들떴어.


별: 그러니까 음악이 네 하루의 마지막 악장이었구나.


달: 맞아, 감자튀김을 곁에 두고, 목소리에 기대다 보니 피곤조차 리듬 속에 스며들었어.


별: 분위기는 90년대, 2000년대 노래들이었다며?


달: 응, 파타야 바닷가나 치앙마이 라이브 바는 주로 올드팝 위주였는데, 이곳은 90~00년대 감각이 살아 있어서 한층 더 세련된 무드였어.


별: 그럼 네가 늘 찾고 싶어 하던 무대였구나.


달: 맞아. 아쉬운 건 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 해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는 거, 좋은 건 선곡이 내 마음을 읽은 듯 딱 맞아떨어졌다는 거야.


별: 네가 좋아하던 팝송 두 곡, 그리고 한국 노래도 있었다며?


달: 응, 선곡이 묘하게 내 감정을 따라오더라. 팝송도 좋았지만…


별: 또,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랑 Nobody도 흘러나왔다고 하지 않았어?


달: 맞아. 게다가 여자 보컬 목소리가 장나라를 꼭 닮았더라. 중국에 장나라 닮은 배우 조려영이 있다면, 다낭에는 장나라 목소리를 가진 보컬이 있다는 게 신기해


별: 목소리 하나가 여행의 클라이맥스를 열어준 거네


달: 응, 그 리듬을 품은 채로 공항으로 향했지만 , 하늘은 마지막까지 장난을 치더라.


별: 비행기도 지연됐구나?


달: 맞아, 다른 항공편들이 줄줄이 흔들리더니 내가 타려던 에어서울도 함께 늦어진 거야


별: 작은 파도였지만, 마음은 이미 바다를 건넌 듯했겠다.


달 : 아니, 만일 이렇게 지연될 줄 알았다면 라이브에서 더 놀다 올 텐데, 아쉬워도 혹시 비행기 놓칠까 봐 서둘러 나왔는데,,,


별: 그래도 결국 새벽을 넘어 무사히 돌아온 거네.


달: 공항에 닿으니 아침 9시쯤, 피곤한데 비행기 안에서 잠은 잘 잔 것 같아


별: 그 순간에도 네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겠다.


달: 맞아,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이 속을 데워주고, 스벅 커피 한 모금이 일상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되어주었어.


별: 결국 네 여행은 출발의 지연에서 시작해, 음악과 파동으로 물들고, 따끈한 국밥과 커피로 닫혔네.


달: 응, 그래서 더 완벽했어. 끝맺음마저 작은 선율처럼 남았으니까.

에필로그


여행은 시계의 틀을 벗어난 순간 시작되었다.


지연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파동이 숨을 들이켜는 순간, 숲에서 스친 노래, 손끝에 놓인 작은 우주, 목소리로 물든 밤의 무대까지 모든 장면은 하나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결국 남은 건 풍경도, 기록도 아닌 심장에 박힌 설렘이다.


돌아오는 길, 따끈한 국밥 한 그릇과 커피 한 모금은 일상으로 건너는 계절임을 이제야 알았다.


이번 2박 4일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음표라는 것을.


대학원 4학기를 앞두고,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나는 다낭으로 2박 4일의 여행을 선택했다.


이번 여행의 기록은 나만의 발자취지만,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잔잔한 숨결로 닿아

피곤한 일상 속 작은 치유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다 담지 못한 여행의 뒷이야기와 에피소드는 블로그에서 이어진다.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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