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와 함께

통행권

by 로베

가난한 우리

사랑마저 버거워

오늘 밤 이별을 준비한다


달이 걸린 창가에서

저의 모를 눈빛만을, 서로 마주하고 있다


눈빛을 마주하며 우리는, 어제의 대화를 되짚는다

너와 나는

생명이 꺼지고 난 뒤, 달나라에서 재회할 것이다

속세에서 벗어나 누구도 없는 숲속에서

살뜰히 살림차려 노래부르며 살자


죽음은 때가 되면 올 것이다

그리고

달빛이 방 안에 나리 앉으면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


달에게 갈 수 있는 통행권은 가난한 사랑 뿐이다

사랑을 해서 죽음으로 흐르는 것이고

그래서 달에서의 삶으로 향하는 것이다


달빛은 방으로 나리 앉고

우리는 빛 속으로 스며들고 있고

눈을 감았다 뜨면 둘만의 달에 내리 앉고 있을 것이다


달빛은 우리의 사랑이 어여뻐 밝게 비추어 올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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