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도 녹아테릴 테니까
이번 겨울은 눈이 자주 왔다. 어느 날은 쌓이지 않을 만큼, 어느 날은 적당히 쌓일 만큼, 어느 날은 출퇴근이 어려울 정도로 쌓였다. 응달이 있는 곳은 조금만 눈이 내려도 쌓였다. 어느 곳은 검게 얼기도 하였다.
회사 테라스 창가에 서서 응달 속 눈을 내려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 응달 한 켠에는 나도 모를 아픔이 쌓여있거나 얼어 있겠지' 사람과 차가 자주 오가는 대도로에 쌓인 눈은 금방 치워진다. 하지만, 응달진 곳은 아니다. 오래도록 방치된다. 그래서 다짐했다. 스스로를 더 되돌아보며, 외면하고 있던 상처를 마주하자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제설하듯 바로 치울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일이면 따뜻한 봄이 오기까지 기다릴 것이다. 겨울에 쌓인 나의 아픔이 눈과 함께 녹아내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