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그리워요? 사실 나는... 그리워요
주인공이 영화 후반부에서 하는 말이다. 영화 초반부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 말을 할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원래 언행이 거친 호색가다. 동성애를 혐오하고 약자를 취급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에이즈에 걸린 후 바뀐다.
(스포주의)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론 우드루프(주인공)는 술 마약 여자를 끼고 산다. 어느 날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나서 긴급 이송된다. 의사들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검사를 한다. 에이즈이며, 남은 생은 30일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론은 그 병은 게이들이나 걸리는 거라며 부정한다. 그렇지만, 일주일도 안돼서 인정하고 약을 받기 위해서 병원에 찾아온다. 병원은 약을 줄 수 없다고 한다. 론은 검은 경로를 통해 약을 구하고 복용한다. 그 방법으로도 구할 수 없게 되자 멕시코로 향한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AZT(기존 복용약)가 면역체계를 망쳐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타민, 펩타이드T라는 기본 약물을 복용한다. 호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으로 올라와 에이즈 환자들을 상대로 그 약으로 암거래를 시작한다. 사업을 확장시키며 돈을 번다. FDA는 AZT를 승인하려 하고, 주인공이 효과를 본 약은 하지 않으려 한다. 론은 FDA가 에이즈 환자들을 망치고 있다며 고소를 한다. 결과는 패소이다. 그럼에도 론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많다. 론은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예전과 다르게 살려고 한다. 론은 그렇게 7년을 더 살게 된다.
(스포 끝)
나는 하나의 영화에 하나의 메세지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굳이 하나를 뽑아서 쓰려 한다.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모른다. 소중함을 알게 될 때는 병에 걸렸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때, 직장을 잃었을 때 등 비극을 맞이할 때다. 잃고 난 뒤에, 누리던 것이이 행복이란 걸 알게 된다. 두 발로 걷는 것, 티비를 보는 것,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 애인과 웃고 떠드는 것, 일을 하는 것,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 등.
질병은 죽음을 환기시키고, 죽음은 삶을 자각시킨다. 우리는 때때로 질병, 죽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풍요의 마중물이다. 생각해 보자. '죽을 듯이 아프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이가? 곧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은 보다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 죽음을 인식하여 삶에 감사하며, 시간을 가치있게 쓸지 모른다.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법도 알아야 한다. 행복이 없다고 생각하면 찾아야 한다. 끼니를 먹고 디저트를 먹는 것, 운동을 하면서 터질 듯이 숨이 가빠 오는 것, 두 발로 땅을 밟으며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것, 여행지에서 낯선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 그런 행복을 느껴야 한다. 나만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당연함에 대한 감사함. 이것은 우리 삶에 활력을 넣어준다. 그것은 우리를 매일 웃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목표가 있다면 더 힘차게 발을 디딜 수 있게 할 것이다.
나는 죽음과 삶에 관한 스토리를 좋아한다. 나도 인간인지라, 아무리 다짐해도 권태로울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나의 삶을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번 영화도 나를 환기하기에 충분했다. 론은 에이즈를 얻어 죽음을 생각한다. 일상에 대해서 되짚어본다. 그러면서 예전과 다르게 게이와 친구도 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싸우기도 하고, 능동적으로 살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삶의 태도를 바꾼다. 영화 속 인물이라서 가능한 게 아니다. 사람이라서 가능했고,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실화이니 실제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물었으면 한다. 당장 죽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삶이 곧 바로 바뀌지는 않을지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점차 바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실제로 내게 어떤 결과를 얻었냐고 물을 수 있다. 나는 많은 돈도, 명성도 없다. 하지만, 나의 삶은 풍요롭다.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고, 내 마음 속 목소리에 더 기울이게 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나 씩 해나가고 있고,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이기적이기 보다 이타적이게 되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이런 평범함과 당연함에 감사하다. 그 속에서 나는 행복을 느낀다. 삶 자체가 행복, 감사, 배움이 되었다.
누군가가 원하는 절박한 하루. 우리는 매일을 그만큼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낭비하지말자. 의미 있게 살자.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자.
당신의 삶도 더 풍요로워졌으면 해서 글을 썼다. 아마추어의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프로의 영화를 보는 것을 권장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시간이 있다면 보기를 추천한다.
여담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서 몰입력이 좋으며, 수상도 많이 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