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는 방법 -세라미스-
2016년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아이고 김사장님! 싸게 세팅할 수 있는 물건이 나왔는데 한번 보러 오실래요?"
회사원이래도 꼭 저란다. 마침 옆 동네를 보러 다니던 중이었는데 싸게 나왔다니 구미가 당긴다. 부동산은 첫째도 둘째도 싸게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
부동산에 도착하니 사장님 왈
"시세는 2억2000만원인데 집주인이 500만원 낮춰서 내놨어. 전세 세팅하면 2000만원만 투자하면 된다니까"
부동산 투자를 잘하려면 관심지역 부동산 시세를 꿰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이 지역은 시세파익이 되어 있던 만큼 싸다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일단 매도자의 상황 파악이 우선이다. 왜 파는지,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이 동네 물건 잘 안 나오는데 어째 집주인이 내놨대요?"
"혼자 사는 할머니인데, 이번에 딸내미가 아파트에 입주할 때 집 팔고 같이 들어간다네. 근데 잔금을 이 집 팔아서 낼건가봐"
"아 할머니가 좀 급할 수도 있겠어요. 잔금날짜가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500만원 내린 거지"
매수자 입장에선 땡큐다. 급한 쪽과 느긋한 쪽이 분명해졌다. 일단 집을 보러 갔다. 첫눈에도 혼자 사는 할머니의 성격을 알 수 있게 깔끔했다.
찬장에 찻잔의 손잡이가 한쪽 방향을 일률적으로 가리키며 도열해 있었고,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잘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는 당신이 오랫동안 잘 가꾼 집이라며 자찬하셨고, 딸내미만 아니라면 계속 살고 싶다고 했다.
마음에 들었다. 입지도 괜찮았다. 이제부터 관건은 '얼마나 깎을 수 있느냐'다.
부동산 가격흥정은 매도자와 직접 하기보다 부동산을 통해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경력이 오래된 공인중개사는 경험치가 많을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매도인과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사장님 물건이 좋긴 한데요. 인테리어도 해야 하고, 투자금을 좀 빼야 매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칭찬은 하되, 물건에 빠졌다는 티를 내면 안된다. 칭찬을 해주는 것은 내 집에 자부심이 있는 매도인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흥정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함이다.
"어휴 저 곰팡이 좀 봐, 햇빛도 안 들어오고, 뭔 집이 이래?"
이러면 집주인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당연히 그 사람에게는 안 팔고 싶어진다. 일단 매수의향을 확실히 전달하고, 흥정을 적극적으로 해주시기를 부탁드렸다.
공인중개사는 뜨내기손님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정도 가격 협상이 되면 오늘이라도 계약금을 낼 수 있다는 선을 명확히 하면 즉각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2억이면 바로 매수할 수 있겠는데요"
"아이고 2억이면 집주인이 안 팔지 팔겠어?"
2억에 매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가격을 다운시켜 놓고 중간 어디쯤에서 적정선을 맞추면 된다.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노"였다.
실망할 것 없다. 마지노선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조금씩 조율하면 된다.
매도자의 상황 파악은 이때부터 중요하다. 급할 게 없다면 처음부터 무지막지하게 가격을 흥정하려는 매수자를 단번에 자를지 모른다. 하지만 잔금날짜가 정해진 매수자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500만원을 얹은 2억500만원을 제시했다. 내놓은 가격에 그냥 매수해도 시세보다 싸지만 한번 더 시도해 본 것이다.
"2억500만원에 해주시면 바로 계약금 쏜다고 전해주시고, 우리는 식사나 하러 가시죠?"
그렇게 부동산 사장님과 점심을 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네네 사모님. 네네 2억700이요? 네네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2억2000만원인 물건을 1300만원 깎아 2억700만원에 계약했다.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입한 물건치고는 나름 선방한 금액이다.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이 물건의 시세는 2억5000만원이다.
경매든 분양권이든 갭투자든 어떤 방법으로든 본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싸게 살 수 없다. 좋은 물건은 많고,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널려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으면, 그 물건을 잡을 수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위 글은 행복재테크 칼럼니스트 세라미스님의 칼럼을 재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