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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재테크 Aug 26. 2024

일단 경매 낙찰은 받았고, 다음엔 어떻게 하나요?

부동산 투자, 열권의 책보다 한번의 경험이 낫다  -풀하우스-

1년간 부동산을 공부하면서 물건은 많은데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것을 구하려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경매도 매수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매매 물건 중 싸게 나온 것이 없는지 돌아보게 됐다. 


벼룩시장을 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전화번호도 뿌렸다. 연락 오는 대로 가보며 그중 괜찮은 물건은 바로 매수했다. 관심지역을 정해 찾아다니다 보니 부동산 사장님들과 친해졌고, 시세를 나름 판단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빌라를 하나 낙찰받았다. 



낙찰 뒤 잔금기일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입자를 찾아갔다. '송사무장의 부동산 경매의 기술'에서 본 대로 잔돈을 털어 음료수도 하나 사들고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점유자는 대항력이 있어 낙찰대금에서 전세금을 받아나갈 수 있는 상태였다. 


이사비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집을 구할 시간을 달라고 해 배당기일 이후 한달 뒤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명도확인서를 미리 주더라도 집을 기한 내에 비우겠다는 확약서를 받기로 했는데, 순간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돌아와 경매 고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만약 임차인이 배당을 받고 이사하지 않는다면 인도명령이 아닌 명도소송을 해야 하고, 점유이전과 동시에 명도확인서와 인감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점유자에게 명도확인서를 이삿날 드리겠다고 하자 상황이 난처해졌다. 


"이사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배당금을 받지 않고 어떻게 잔금을 마련합니까. 이사하는 날 명도확인서를 받고, 법원에 가서 배당금을 받고, 이사하는 집에 잔금을 주는 절차가 현실적으로 말이 됩니까. 그리고 이삿날 명도확인서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일리가 있었다. 한동안 팽팽한 줄다리기가 오갔다. 그래도 오가는 말에 꽃이 핀다고 세입자가 하나 제안을 했다. 


한참을 통화하다가 세입자가 제안했다.


"이사할 집을 구하고 계약서를 써서 보여주면 믿고 명도확인서를 줄 수 있습니까?"


같이 일하는 사장님과 의논해보겠다고 했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될 것도 같은데 만약 세입자가 그럴듯한 계약서를 한 장 써와서 보여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낙찰은 8월31일, 낙찰대금은 9월 24일 완납했다. 배당기일은 11월 13일로 잡혔다. 낙찰대금 완납한 이후 전화를 했다. 


명도확인서는 이삿날 주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을 만큼 팽팽했다. 목돈이 오가는 것인 만큼 당연했다. 둘 다 입장 전달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국 인도명령 신청 없이 배당기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시간은 흘러 배당기일 일주일을 남기고 다시 전화를 했다. 점유자는 이사할 집 계약까지 다 했고 돈은 융통했으며, 11월 22일 이사할테니 그날 명도확인서를 달라고 했다. 


약속된 11월 22일보다 앞서 확인차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점유자는 '오늘 이사했고, 배당금도 수령했다'고 했다. 


명도확인서도 안 주었는데 배당을?


다 방법이 있단다. 공부를 많이 한 세입자는 벌써 한발 앞서 있었다. 키를 어디에 두었다면서 통화를 마쳤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든지 명도가 무사히 끝나고 집에도 문제가 없기만을 바라며 방문했다. 


여기도 고치고, 저기도 손보고… 하다가 베란다가 휑하기에 보니 보일러를 뜯어갔네?


종물인 보일러를 가져가면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알아본 뒤에 대응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배당금을 다 수령한 상태에서 더 이상 유효한 압박수단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3개월 만에 명도를 마쳤다. 이렇게 좌충우돌한 경험이 다음에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다. 


경매 한 사이클을 마치고 나니 경험 없이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 피부로 와 닿는다. 새삼 '송사무장의 부동산 경매의 기술', '송사무장의 실전경매' 책이 보물처럼 다가온다.





위 글은 행복재테크 칼럼니스트 풀하우스님의 2009년 경험담을 재편집했습니다.


<풀하우스님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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